전여옥 “집권 못하면 한나라당사 불타 없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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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논의를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해 ‘야당 역할론’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정책대결이 아니라 당을 어떻게 깨냐, 어떻게 세탁하느냐 등의 방법을 놓고 싸우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여당은 걸핏하면 우리가 (국정의) 뒷다리를 잡는다고 선전하지만, 전효숙 헌재소장 건이 처리되자마자 국방개혁안 등을 통과시키는 등 할 일은 다한다는 각오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멋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마디로 우리는 내년 시험을 기다리고 있는 수험생으로, 가장 중요한 건 집권하겠다는 의지인 만큼 당의 분발과 각성을 촉구한다”면서 “만약 다음번에 집권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 당사는 불타 없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국정은 벌써부터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강재섭 대표가 “할 일은 했다”고 자부하며 예를 든 국방개혁법안과 수년 동안의 논란 끝에 비정규직 3법이 직권상정을 통해 최근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2007년도 예산안은 법정 시한인 2일을 넘겼다.

여야는 늦어도 이달 14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회기 내 처리 의지를 밝히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맞물릴 경우 이 같은 계획은 또다시 계획으로 끝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사학법을 정기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예산안도 가능한 합의한 날짜에 처리해야겠지만, 형식에 치중해 함부로 통과시켜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학법과 예산안 연계처리를 주장한 것으로, 이와 관련한 여야 합의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000건에 달하는 법안의 표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데일리서프라이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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