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파 「진의」싸고 의견 “분분”/「세대교체론」제동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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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계 “지자제 앞둔 원칙론”/민주계 “김대표 대세 재확인”
노태우 대통령이 5일 최근 당내에서 일고 있는 세대교체론에 대해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제동을 걸어 그 발언의 진의를 놓고 민자당내 계파별로 해석이 분분하다.
김영삼대표의 민주계에서는 『이로써 민정·공화계측의 세대교체론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는 반면 민정·공화계에서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날 김대표와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을 비롯,민정·민주·공화계의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전에도 3김퇴진 얘기가 있었으나 역사와 국민은 3김에게 다시 역할을 맡겼다』며 『인시와 천시가 맞아떨어져야 일이 되듯 때가 되면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국민앞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이어받게 되는 법』이라고 강조,성급한 세대교체론에 쐐기를 박아 앞으로의 파장이 주목된다.
○…민주계에서는 『노대통령이 민정·공화계의 중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김대표를 두둔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노대통령의 발언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김대표와 측근들은 지난 10월말 내각제 각서 파동이후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삼가고 여권 2인자로서의 위상을 굳히는데 주력해 왔으나 연말 개각 등에서 김대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소외감과 초조함을 가졌던게 사실.
더구나 개각등을 계기로 『노대통령의 마음은 김대표에게서 멀어졌다』고 판단한 민정계 의원들이 연말과 연초에 계속 모임을 갖고 김대표에 대한 공격준비를 갖추기 시작한데 대해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당내의 세대교체론에 거부감을 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김대표의 행보가 한결 수월하게 됐다고 민주계측은 보고있다.
민주계의 김동영 정무1장관도 5일오전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세대교체주장은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당에 분열을 가져오는 행위』라고 격렬히 반발하면서 『그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무엇을 한 것이 있느냐』며 세대교체론자들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민주계측은 이날 노대통령의 발언으로 지자제선거를 앞둔 민정계의 세대교체론은 또다시 잠복할 수 밖에 없으며 『대세는 김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적극적인 의미부여.
○…민정·공화계측은 『노대통령이 그동안 해오던 이야기를 되풀이한 것 뿐』이라고 「원칙론」수준으로 격하시키면서도 『왜 이 시점에서 그런 발언을 했느냐』며 다소 곤혹스런 모습.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노대통령이 이날 지자제의 「필승」을 위한 당의 무조건적 결속을 세번이나 강조했다』며 선거전략적 차원으로해석.
공화계의 한 중진은 『노대통령이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라는 싹을 자르는 것도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노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새싹으로 자라나 14대가 되면 우리들의 등을 밟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1노3김의 퇴진을 한묶음으로 규정하면서 14대총선이 끝나면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민주계측과는 정반대의 해석.
이들은 민주계가 노골적인 불평을 터뜨리고 있고 청와대 오찬직전 김대표가 노대통령과 만나 개각문제와 민정계의 세대교체 움직임에 대한 민주계의 불만을 전달했으며 이에 따라 노대통령도 지자제선거때까지 김대표를 다독거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데서 나온 잠정적인 진화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세대교체론은 물밑으로 잠수하게 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어 언제 다시 재연될지가 관심거리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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