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박찬욱 '도끼'로 컴백…"아이 낳고 가치관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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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독.보.적. 손예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배우 손예진이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독.보.적. 손예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아이를 낳고 2년 가까이 키우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그전에는 일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아이가 이유식을 한 끼만 잘 먹어도 너무 행복해요. 가치관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육아는 힘들지만, 그만큼 다른 세상을 느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24년차 배우 손예진(42)이 “연기 인생 두 번째 챕터”를 열었다. 지난 5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올해의 배우 특별전 ‘독보적 손예진’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는 전날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도 섰다. 2022년 배우 현빈과 결혼해 같은 해 11월 득남한 이후 첫 영화제 참석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1999년) CF로 연예계 입성한 그는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 MBC)으로 연기 데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으로 처음 스크린에 나섰다. 이후 20편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자신의 이름을 단 특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그는 “2년간 개인적으로 많은 일을 겪으며 챕터 1이 끝난 느낌이다. 챕터 2로 들어가는 시기에 부천에서 특별전을 열어주셨다”면서 “내가 특별전을 할만한 역량이 되느냐를 의심했는데 나이를 많이 먹었더라.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뒤를 잇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일 부천영화제 특별전 개최 #올해의 배우 손예진 기자회견 #"20대 땐 급하고 고군분투… #배우 인생 더 길게 보고 싶죠"

배우 인생 2막 여는 손예진 첫 특별전 

올해 BIFAN 올해의 배우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손예진 주연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올해 BIFAN 올해의 배우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손예진 주연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BIFAN이 2017년 출범한 올해의 배우 특별전은 한국영화 대표 배우와 함께 우리시대 한국영화를 돌아보는 자리다. 그간 전도연‧정우성‧김혜수‧설경구‧최민식 등 20세기 데뷔한 배우를 조명해왔다면, 21세기 스크린에 등장한 배우론 손예진이 처음이다.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멜로드라마 강세를 계승한 영화 ‘클래식’(2003, 감독 곽재용),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감독 이재한), 드라마 ‘여름향기’(KBS, 2003) 등에서 청순 멜로 스타로 떠오른 손예진은 “이후 남성 중심의 액션‧스릴러가 부상한 충무로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흥행성을 겸비한 ‘믿고 보는 배우’, 우량주 같은 존재”(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로 거듭났다.

손예진 특별전 상영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배우 김주혁과는 이 영화에 이어 '비밀은 없다'에서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손예진 특별전 상영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배우 김주혁과는 이 영화에 이어 '비밀은 없다'에서도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스스로도 부단한 도전을 생존 비결로 꼽았다. “20대 땐 슬프고 가련한 느낌의 작품이 많았다”는 그는 “계속 다른 캐릭터를 욕심냈고, 한계 짓고 싶지 않았다”면서 “멋모를 때 이혼녀, 아이 엄마 역할도 해보고 남편도 두 번 가져보고 다 해봤다. 지금은 같은 영화를 찍는다면 또 다르게 연기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손예진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올해 특별전 상영작 6편에도 드러난다. 초기작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부터 일처다부제를 펼친 ‘아내가 결혼했다’(2008, 감독 정윤수), 로맨스 호러 ‘오싹한 연애’(2011, 감독 황인호), 스릴러 ‘비밀은 없다’(2015, 감독 이경미), 시대극 ‘덕혜옹주’(2016, 감독 허진호) 등이다.

"20대 풋풋함 못 즐겨…항상 급하고 고군분투했죠"

손예진이 엄마와 딸 1인 2역을 모두 맡아 청순 멜로퀸으로 떠오른 영화 '클래식'.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손예진이 엄마와 딸 1인 2역을 모두 맡아 청순 멜로퀸으로 떠오른 영화 '클래식'.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좋은 배우의 자질로 “조금이나마 울림과 공감을 주고 작품 속 희로애락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배우”를 꼽았다. 또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했던 20대 초반엔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왔다. 왜 그 풋풋함을 즐기지 못했을까”라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리즈가 있고 그건 절대 영원할 수 없다. 그때를 즐기고 나이 들어 나의 모습에 책임질 수 있는 얼굴을 갖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매작품 100m 달리기하듯 스스로 채찍질해왔다”는 완벽주의 성향도 드러냈다. 올해 특별전 기념책자에 실린 사전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최고 흥행성적인 866만 관객을 동원한 액션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를 하던 시기 오히려 슬럼프를 겪었다고 밝혔다. “흥행 여부를 떠나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달라질 것 없이 똑같은 육체, 같은 목소리로 연기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은 순간들이 있다”면서다. 또 “그저 끝없이 고민하면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최정상 스타로서 감춰온 모습이다.

손예진이 자신의 분기점이 된 영화로 돌이킨 '비밀은 없다'도 올해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손예진이 자신의 분기점이 된 영화로 돌이킨 '비밀은 없다'도 올해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날 손예진은 “항상 급하고 혼자 고군분투해왔다. 이 작품이 안 되면 어떡하지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었다. 책임감이기도 했다”면서 “이제 배우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싶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지만 스스로 너무 다치게 하면서 하고 싶진 않다. 더 넓고 여유 있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현빈과 '협상' 5년만에 박찬욱과 '도끼' 

5일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은 손예진.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특별전에서는 배우 기념 책자 발간과 메가토크,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로 손예진의 23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뉴스1

5일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은 손예진.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특별전에서는 배우 기념 책자 발간과 메가토크,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로 손예진의 23년 연기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뉴스1

손예진이 휴식기 전 마지막으로 선보인 영화는 현빈과 처음 호흡 맞춘 영화 '협상'(2019)이다. 올여름 5년만에 새 영화 촬영에 돌입한다. 박찬욱 감독의 ‘도끼’다.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스페인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2005)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으로, 직장 상사에게 집착하다 실직한 남성이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잠재적 경쟁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살해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손예진은 공동 주연에 캐스팅된 이병헌과 함께 올여름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아직 영화에 관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한 손예진은 “빨리 영화 찍고 개봉해서 인터뷰도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나이 들면서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부천 일대에서 개최된다.

 배우 손예진이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득남 후 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배우 손예진이 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득남 후 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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