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초(超) 엔저’에 일본 증시가 연일 날아오르고 있다. 5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장중 한때 4만11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엎었다. 지난 3월22일(종가 4만888.43) 최고점을 찍은 이래 넉달만의 일이다.
“고맙다 엔저” 1000조엔 기록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일본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한 지난 4일 증시판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증시에 훈풍이 분 데엔 기록적인 엔저의 영향이 크다. 지난 3월 일본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산업의 영향이 컸지만, 이번은 ‘초 엔저’가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이날 1달러당 161.34엔으로 엔화가 161엔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38년만의 일이다. 닛케이는 엔저 효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가 늘어나면서 대기업 중심의 도쿄 프라임 시장의 시가총액이 지난 4일 기준 처음으로 1007조엔(약 8643조)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조엔을 넘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2년 이전 상장한 프라임 시장 약 1630개사 주가를 분석한 결과 올 4월 이후 주가가 최고치를 찍은 곳이 무려 223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수출 중심 제조업 회사들에 이례적인 엔저 상황이 도움이 되는 데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종식을 선언하면서 ‘금리 있는 시대’를 맞이한 은행주가 이번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3월 말 대비 주가가 40%, 히타치제작소와 같은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도 34%나 상승했다.
시총 10조엔 클럽 기업 19개로 늘어
지난 3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새롭게 발행되기 시작한 일본의 새 지폐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들어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가총액이 10조엔(약 85조8100억원)이 넘는 기업들도 불어났다. 일본경제 활황기인 89년 ‘버블기’와 2000년대 IT(정보기술) 붐 시기에는 시총이 10조엔을 넘어서는 기업이 각기 3곳에 불과했지만 이번 주가 상승으로 19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4일 주가 기준, 시가총액으로 1위에 오른 일본 대표기업은 도요타자동차(53.5조엔)다. 2위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22.5조엔), 3위는 키엔스(17.7조엔)가 차지했다. 4위와 5위는 각기 소니그룹(17.3조엔)과 히타치제작소(17.2조엔)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특히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시총 10조엔 기업 반열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표 종합상사 중 하나로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도 유명한 이토추상사 역시 올들어 시총이 10조엔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