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의 부활"…삼성전자 2분기 10조원대 영업익 ‘어닝 서프라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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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훈풍에 힘입은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는 7분기 만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의 15배 이상이다. 인공지능(AI) 특수로 하반기에도 이 같은 실적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이익 40조원대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2분기(4~6월)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52.24% 증가한 1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매출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0조원대를 회복한 건 지난 2022년 3분기(약 10조9000억원) 이후 7분기 만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과 직전 1분기 영업이익(6조6060억)보다도 크게 늘었다. 시장 기대치(8조3044억원)를 25% 이상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이다. 반도체 시황이 회복 중인 가운데 AI향(向) 수요 강세로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확대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실적은 잠정치라 부문별 구체적 실적은 공개하지 않는다. 업계에선 모바일·가전 담당 DX 부문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DS 부문 이익이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최대 6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반도체 봄 왔다

반도체 불황 속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연간 6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DS 부문에서만 지난해 약 15조원 적자를 봤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DS 부문은 2조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본격적인 업턴(호황 국면)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런 흐름의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올 들어 주력 반도체 제품인 D램과 낸드프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D램과 낸드의 가격은 각각 13~18%, 15~20%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AI 시장 확대로 AI 데이터센터나 기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 5 등 고부가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의 제품 판매도 늘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가동률이 개선되고 원가 절감으로 적자 폭이 준 것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모바일 부진도 상쇄

업계에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에선 전체적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분기보다 감소한 2조원대 엽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최초 AI폰인 갤럭시 S24가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였지만 2분기에는 1분기와 비교해 신제품 출시 효과가 떨어졌을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갤럭시S 시리즈 판매량이 810만대로 감소하고 메모리 제품원가 상승에 따라 모바일 부문 이익률이 하락했다”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출하량이 각각 5300만대, 700만대를 기록했지만 7월부터 출시되는 갤럭시Z 폴더블 라인업에 기반해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모바일 부진을 상쇄할 만큼 반도체가 선전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게 시장 평가다.

디스플레이(SDC) 부문에서는 애플 아이패드 신제품 출시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증가 등으로 1조원대 실적이 예상됐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DA) 사업부에서도 영업이익은 6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됐다.

40조원대 이익 회복 기대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 릴레이를 이어가면서 AI·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본격 올라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연간 40조원대 규모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 업체들이 범용 제품보다 HBM에 생산 능력을 집중함에 따라 공급이 부족한 D램 가격이 오르면서 메모리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 당시 쌓인 D램 재고도 최근 대부분 소진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HBM 관련 일러트스 이미지. 중앙포토

AI 스마트폰, AI PC 등으로 고성능 D램 수요도 늘고 있다. 특히 관건 중 하나는 HBM 납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하반기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며 실적 질주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엔비디아 공급 이슈는 “현재 실적에 추가될 수 있는 플러스알파(+α)로 접근해야 한다”(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란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HBM 증설은 범용 제품 가격 회복 논리를 강화한다”라며 “HBM과 범용 제품의 시너지, 공격적 출하 지양은 메모리 업계 전반의 업사이드(성장성)를 확대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선우 연구원은 “환율 등 영업 환경의 큰 변화만 없다면 삼성전자 대부분 사업 부문의 전방위적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