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이른바 '막대기 살인' 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는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JTBC 방송 캡처
2021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이른바 '막대기 살인' 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4일 JTBC가 공개한 스포츠센터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 센터 사장인 40대 한모씨가 20대 직원 고모씨의 특정부위를 강제로 만지는 장면이 담겼다. 한씨는 고씨의 몸에 막대기를 넣은 뒤에도 성추행으로 보이는 행동을 이어갔다.
고인이 된 고씨의 누나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단순 살인으로 끝날 게 아니라 성범죄도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한씨에게 성추행과 관련해 반복해 물었지만 한씨는 모두 '술을 마셔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공소장과 판결문에 성범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이른바 '막대기 살인' 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는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사진 JTBC 방송 캡처
엽기 살인으로 사회에 충격을 준 이 사건의 CCTV 영상은 3년여가 지나서야 공개됐다. 피해자 유족들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CCTV를 비롯한 사건 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자 지난해 10월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CCTV 영상을 받아 최근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유족에게 CCTV 영상이 담긴 USB가 파손됐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다가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여분의 CD를 찾았다며 유족에게 제공했다.
CCTV를 보면 한씨가 고씨를 살해하기 전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에 앞서 센터 직원끼리 연말 송년회를 가졌는데, 이 둘은 회식을 마친 뒤 센터로 돌아와 술을 더 마신 것이다.
이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별 문제 없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전 1시 30분쯤 고씨가 바닥에 술을 흘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씨는 고씨에게 바닥을 닦던 휴지를 먹게끔 하는가 하면 고씨의 머리 위에 올라타기도 했다.
폭행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한씨는 청소기 봉으로 고씨를 무차별적으로 때리다가 봉이 휘어지니 체육용 플라스틱 막대기를 가져와 재차 휘둘렀다. 의식을 잃은 고씨의 얼굴에 생수통 물을 들이붓기도 했다.
한씨는 고씨의 바지와 양말을 벗기고 폭행을 이어갔다. 이후 길이 70㎝, 두께 3㎝가량의 플라스틱 막대기를 고씨 항문에 삽입하기 시작했다. 막대기를 수차례 걷어차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이어가던 한씨는 봉을 뽑아 현관쪽으로 던지기도 했다.
한씨는 2021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에서 직원인 고씨의 머리와 몸 등을 수십 차례 때리고, 항문에 플라스틱 봉을 찔러넣어 직장과 간, 심장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지난해 4월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한씨는 1심 등 재판에서 범행 당시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신 데다, 음주 시 공격성을 유발하는 금연치료 의약품을 복용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