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병주의 뉴스터치

묘책 없는 배터리 열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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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해 1월 9일 오후 10시 25분께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동식 소화수조는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장비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9일 오후 10시 25분께 세종시 소정면 운당리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이동식 소화수조를 이용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동식 소화수조는 전기차 주변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워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장비이다. 연합뉴스

정부부처는 물론 배터리ㆍ전기차 업계가 큰 고심에 빠졌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이후 널리 알려진 리튬 배터리의 취약성 때문이다. 현재 열 폭주가 발생한 배터리를 단시간에 진화하는 기술은 없다. 지난 1일 새벽에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사이 선로에서 리튬 배터리를 장착한 특수차량에서 불이 나 소화에 애를 먹기도 했다. 결국 차량에서 배터리를 분리해 물에 완전히 담그는 방식으로 불을 껐다.

화성 화재를 유발한 배터리는 1차 전지이고, 더 안전한 2차 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다르다는 설명도 있지만 리튬이 재료에 포함돼 있어 화재 진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진화에 휘발유 차량보다 시간이 8배가량 더 걸린다. 소화수는 110배, 인력은 2.5배 더 필요하다. 전기차 운행이 늘면서 화재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2020년 11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2건 발생했다. 미국화재보험협회(NFPA)에 따르면 등록 차량 수 대비 전기차 화재 사고율은 0.013%로 내연차(0.016%)와 비슷하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주차 금지를 놓고 입주민들 간 다툼이 발생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급속보다는완속으로, 최대 용량의 85%까지만 충전하기를 권한다. 전기차의 약점인 긴 충전 시간을 감내하고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줄여야 더 안전하다는 얘기다. 제대로 된 소화 능력을 확보하는 게 절실해 보이는데 올해 그 연구를 위해 3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런 비용은 더 늘려도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