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자국팀 유로 8강전 '직관' 위해 국제회의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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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축구대표팀 메리흐 데미랄의 '늑대 경례' 세리머니. EPA=연합뉴스

튀르키예 축구대표팀 메리흐 데미랄의 '늑대 경례' 세리머니. EPA=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 대표팀이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8강전에 진출하자 국제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하고 독일로 출국한다.

4일(현지시간) 일간 데일리사바흐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6일 아제르바이잔 슈사에서 열리는 튀르크어사용국기구(OTS)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6일 저녁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유로2024 8강전 튀르키예 대 네덜란드 경기를 관람한다.

OTS 회의에는 제브데트 이을마즈 튀르키예 부통령이 대리 참석한다.

매체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유로2024 대회가 시작된 이후 튀르키예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직접 전화해 선수들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격려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지난 2일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튀르키예 선수 메리흐 데미랄(알아흘리)이 후반 득점한 뒤 양손으로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한 일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벌어진 직후라서 더 주목된다.

늑대 경례는 엄지와 약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이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하지만, 튀르키예 내에서는 튀르크 민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 늑대의 상징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데미랄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유럽축구연맹(UEFA)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튀르키예 외무부는 전날 튀르키예 주재 독일대사를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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