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요구안 제시 전 파열음…‘2740원 격차’ 줄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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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했다. 아직 노사의 요구안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인데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해 버렸다. [뉴시스]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했다. 아직 노사의 요구안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인데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해 버렸다. [뉴시스]

4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경영계의 불참 통보로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했다. 임금 인상 폭과 관련한 논의는 입도 떼지 못한 상황이라 기한 내 노사 간 입장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최임위 회의는 사용자 측 위원 9명을 제외하고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 18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지난 7차 회의 때 ‘업종별 구분 적용’이 최종 부결됐지만, 표결 과정에서 노동계가 물리력을 행사한 게 문제가 됐다. 당시 민주노총 측 일부 근로자위원들은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으며 표결을 저지했다. 이에 사용자 위원은 지난 3일 “불법적이고 비민주적 행태”라며 “차기 회의는 항의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는 유감을 표명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8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표결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의 표결 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기에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사람으로서도 유감을 표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해 조속한 복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표결) 상황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측은 “어떠한 조건에서도 의사 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 절차 진행을 훼손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도 표결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익위원은 일부 근로자위원의 방해 (행위에) 영향을 받은 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한 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경영계가 불참함에 따라 당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던 노사의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제출되지 않았다.

임금 인상분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는 크다. 아직 최초 요구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노동계는 물가 급등과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시간당 1만2600원 안팎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경영계는 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9860원으로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격차는 ‘2740원’으로 지난해 노사의 최초 요구안 간극(2590원)보다 크다.

문제는 기한이 촉박한 점이다. 법정 심의 기한은 지난달 27일로 이미 일주일이 지났다. 내년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준수하기 위해선 이달 중순에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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