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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불꽃이 다시 타오르길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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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대한민국’은 국내 자원에 대한 흔한 인식이다. 그렇기에 동해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견했고 생산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석유 발견을 안다는 사람도 경제성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해저 광구에서 본격적으로 석유탐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동해 6-1광구 유망구조인 고래5 구조에서 1998년 탐사시추를 통해 양질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견했다. 이후 평가와 개발 단계를 거쳐 생산시설을 설치하여 2004년부터 동해-1 가스전에서 상업적인 생산으로 우리나라가 95번째 산유국이 된 것은 명백하다. 2016년 생산을 개시한 동해-2 가스전을 포함해서 2021년 말까지 17년 동안 원유환산 4500만 배럴을 생산하여 석유와 천연가스의 국내 공급에 일조하였으며, 1조원 이상의 수익도 있었다.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지기 전에 탐사를 통해 새로운 자원이 발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후 다시 동해에서 탐사가 진행되는 중 심해에서 새로운 유망구조를 도출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다.

깊은 바닷속, 깊은 땅속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 탐사자료만을 가지고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있게 된다. 그래서 도출한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를 통해 자원의 부존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모든 석유나 천연가스의 발견은 작은 가능성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탐사와 시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수심이 깊은 심해에서의 자원개발은 고도의 집약된 기술력과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심해 시추를 위해서는 수심이 깊은 해양에서 작업이 가능한 고성능 시추선을 활용하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고려한 작업 설계 후 진행해야 하기에 높은 난도를 가지며,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탐사시추로 충분한 양의 자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추작업을 통해 얻은 정보로 해저 지층의 특성을 알 수 있어 다음 시추나 추가적인 유망구조 해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에너지자원이다. 현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국내 해저에서 충분한 양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으로 이득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해양개발 관련 산업 성장과 함께 고용유발 효과도 있게 된다. 또한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안정적으로 에너지자원을 공급할 수 있어 자원안보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는 꿈꿀 수조차 없다. 동해에서 불꽃이 다시 환하게 타오르길 기대해 본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