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집 산 중위소득…가구주담대 갚는데 소득 39%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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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아파트를 산 경우 소득의 39%를 빚 갚는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침체한 지방과 달리 서울 주택 시장은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집값도 들썩여 주택 구매에 따른 금융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4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51로 지난해 4분기(156)보다 5포인트 낮아졌다. 서울 지수는 아파트값이 폭등했던 2022년 3분기 214.6까지 치솟았다가 6분기 연속 내림세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해당하는 소득) 가구가 중위가격의 주택을 대출로 산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이들이 주담대 상환으로 가구 소득의 25.7%를 부담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산출된다. 현재 서울(151)의 경우엔 중위소득 가구가 전체 소득의 38.8%를 주담대 원리금 상환으로 쓴다는 의미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하락세다. 1분기 기준 62.8로 지난해 4분기(64.6) 대비 1.8포인트 내렸다. 서울을 제외하면 100선을 웃도는 지역은 세종(100.5)이 유일하다. 뒤를 이어 경기(82.1), 제주(74.7), 인천(66.6), 부산(64.9) 등은 50 이상이었다. 전국에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28.8을 기록했다.

전국구입부담지수가 하락한 데는 전국 주택 가격이 회복세로 접어들지 못했지만 대출 금리는 소폭 하락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91%로 지난해 11월(4.48%) 이후 7개월 연속 내렸다. 대출금리(고정금리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미리 반영돼 하락하면서다.

상당수 전문가는 앞으로 서울과 지방간 주택 구매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요즘 서울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는데다 매매가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아파트값이 다시 뛰면 예비 차주의 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올해 1분기 바닥을 찍고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서울 홀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며 “집값 영향으로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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