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첫 촬영에는 실패했어요. 어렵게 다시 허가를 받아 찍는데도 안 보이더라고요. 미치겠는 거예요. 마지막이라고 하고 조명을 켰는데 눈썹에서 쫙 코로 내려와서 한 선이에요. 이 라인이 딱 보이는 거야. 간절하게 매달렸죠. 사라지지도 않을 텐데 혹시라도 사라질까 봐.”
2년 전 BTS 멤버 RM이 SNS에 올린 한 전시회 사진이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라는 전시였는데,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 국보 78호와 83호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었죠.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7/05/ef3d6f8d-19df-41bb-9349-ab9ecd772de4.jpg)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연합뉴스
이 반가사유상 두 점을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열렬하게 셔터를 누르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준초이(Joon Choi, 최명준) 작가입니다. 〈아트&머니 시즌3〉 4회에서는 5월 14일~6월 20일 두손 갤러리에서 열린 준초이 작가의 반가사유상 사진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를 찾았습니다.
![준초이 사진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는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20일까지 두손 갤러리에서 열렸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7/05/0ebf8173-5da2-4b12-a22f-482505a0c315.jpg)
준초이 사진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는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20일까지 두손 갤러리에서 열렸다.
준초이는 광고계에서 잘나가는 사진작가였습니다. 그 시절 그에게 반가사유상은 흙 덩어리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이 아름다움을 좀 보라”는 이내옥 당시 부여박물관 관장의 3년이 넘는 설득 끝에 마침내 반가사유상을 찍게 됐다고 합니다. 그는 반가사유상을 찍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합니다.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6~7세기 삼국시대 때 제작된 거로 추정됩니다. 동에 금을 입힌 미륵보살 상입니다.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려 반가부좌를 틀었습니다. 오른쪽 손가락을 뺨에 대고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궁궐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던 석가가 궁전 밖 사람들이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면서 이들 중생을 구할 방법을 찾고자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반가사유상은 반가좌(半跏坐)라는 특이한 자세 탓에 조각을 만들 때 상당히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신체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며 곡선의 처리도 꽤 까다롭습니다. 단순하면서도 균형 잡힌 신체,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인 옷 주름, 명료하게 표현된 이목구비, 거기에 잔잔한 미소까지 더해져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불교 조각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준초이 사진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 전시 전경.](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7/05/0d75c81c-d232-4d72-8ce2-cb425ad4b839.jpg)
준초이 사진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 전시 전경.
준초이는 점점 더 큰 자극만 좇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반가사유상을 통해 조용한 사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사진에 담은 조각의 거친 표면은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은 반가사유상의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준초이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반가사유상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AI 프로그램으로 변형한 반가사유상 모습도 담았습니다. 고전의 미와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반가사유상 사진을 통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