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환자들 “명분 없는 의사휴진 철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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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부터 이어지는 의료공백에 환자들이 의사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102개 환자단체는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명분 없는 휴진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날 같은 대규모 환자 집회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대회에서 참가자가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 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대회에서 참가자가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환자와 그 가족 300여명이 참석한 이 날 대회에서 환자단체들은 “환자와 가족, 국민은 의료계와 정부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면서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당장 병원치료가 필요한데 피해가 쌓여만 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며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공급이 중단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불안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반복되는 의정 갈등에서 매번 백기를 든 정부를 경험한 의사 사회가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아픈 사람에게 피해와 불안을 강요하는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태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환자 가족들은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반복되는 의정갈등에서 그간 백기를 들어왔던 과거 정부의 행태를 경험했던 의사들은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단언컨대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의료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는 당장 휴진을 멈추고 이번 환자 집회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료공백을 멈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단체들은 향후 의료계 집단행동이 또다시 일어나더라도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법의 입법을 요구했다. 정부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손 내밀 것을 요청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장은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료진이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로 사지기형·지적장애 등을 앓고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하은 엄마’ 김정애(68)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정부 편도 의사 편도 아니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총 92개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한편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중단했지만, 세브란스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진행 중이고 서울아산병원은 이날부터 진료일정 재조정에 들어갔다. 고려대병원과 충북대병원도 각각 12일, 26일에 진료 재조정 및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이상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가 정상적으로 수련을 이어가고, 전문의 자격 취득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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