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팬사인회 여는 다승 1위 키움 헤이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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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두 손을 펼쳐 '10'을 가리키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엔마누엘 헤이수스. 김효경 기자

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두 손을 펼쳐 '10'을 가리키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엔마누엘 헤이수스. 김효경 기자

영웅군단의 에이스를 만나고 싶다면 버스를 타면 된다. 다승 1위를 질주중인 키움 히어로즈 엔마누엘 데 헤수스(28·베네수엘라·등록명 헤이수스)가 주인공이다.

헤이수스는 3일 고척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하고 시즌 10승을 따냈다. KBO리그 전반기 두자릿수 승리를 따낸 건 헤이수스가 유일하다. 다승 2위인 디트릭 엔스(LG), 애런 윌커슨(롯데), 아리엘 후라도(키움)는 8승을 거뒀다. 앤디 밴헤켄(2014년 20승), 에릭 요키시(2021년 16승)의 좌완 외인 다승왕 계보를 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평균자책점(3.14·3위)과 탈삼진(102개·3위) 기록도 준수하다.

최고 시속 151㎞의 빠른 공과 간결한 투구폼이 강점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을 뽐내는 LG를 상대로도 3번 만나 19이닝 동안 겨우 1점(비자책)만 내줬다. 헤이수스는 "전반기를 잘 마쳐서 기분이 정말 좋다. 팀을 위해 헌신했는데, 계속 유지하겠다. 후반기에도 이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3일 고척 LG전에서 역투하는 키움 헤이수스. 뉴스1

3일 고척 LG전에서 역투하는 키움 헤이수스. 뉴스1

베네수엘라 출신 헤이수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올해 한국 무대를 밟았다. 2014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부터 지금까지 한 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적은 없었다. 2019년 상위 싱글A에서 9승을 거둔 게 최고 기록이다. 헤이수스는 "내 성과지만, 팀 전체가 이룬 성적이기도 하다. 타자들이 점수를 잘 내주고, 수비도 많이 도와줬다. 내게는 의미가 있는 10승"이라고 했다.

헤이수스는 "비시즌에 준비한 것들을 잘 실행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2년 동안 ABS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ABS를 잘 활용하려면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공정함이 보장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타자와 승부하는 게 효과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엔 히어로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을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이 방문했다. 아쉽게도 공식 일정이 아니라 선수단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헤이수스는 "좋아하는 '수퍼 히어로'는 없지만,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3일 고척돔을 찾은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의 배우 휴 잭맨(왼쪽부터), 라이언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 뉴스1

3일 고척돔을 찾은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의 배우 휴 잭맨(왼쪽부터), 라이언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 뉴스1

하지만 헤이수스에겐 영웅 같은 존재가 있다. 그의 아내 사우미다. 사우미는 수려한 미모에 영양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사우미는 한국에서 함께 지내며 헤이수스의 등판 때는 경기장을 찾는다. 특히 헤이수스가 아웃을 잡을 땐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른다. 헤이수스는 "아내의 목소리가 정말 커서 응원 소리가 잘 들린다. 아내는 나의 영웅"이라고 웃었다.

경기 중 서로 손하트를 주고받을 정도로 다정한 두 사람은 홈 경기 때는 버스로 함께 출퇴근한다. 외국인 선수 숙소인 신도림까지 두 정거장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이다. 헤이수스는 "버스에서 팬들과 소통을 한다.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헤이수스와 아내 사우미. 헤이수스 SNS 캡처

헤이수스와 아내 사우미. 헤이수스 SNS 캡처

키움 팬들은 헤이수스를 '고척 예수'라고도 부른다. 성(姓)이 '데 헤수스(De Jesus)'인데다 믿음직스러운 투구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헤이수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욕심은 없다. 시즌 끝까지 잘 던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 팀이 더 많이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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