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매장의 100분의 1"…中서 첫 소형매장 연 이케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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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중국 지부 CE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폰투스 에른텔(Pontus Erntell)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선전 뤄후점 개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케아(宜傢傢居)

이케아 중국 지부 CE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폰투스 에른텔(Pontus Erntell)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선전 뤄후점 개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케아(宜傢傢居)

올해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6년째 된 이케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5월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IKEA)는 중국 선전(深圳)에서 첫 번째 소규모 매장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設計訂購中心)’를 선보였다. 해당 매장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선전 뤄후(羅湖)의 대형 쇼핑몰 내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이케아 매장보다 100배가량 작은 300㎡(약 90.75평)의 아담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케아 매장은 규모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3~6만㎡(9000~1만 8000평) 규모의 거대한 창고형 매장인 이케아 매장(IKEA Store)이다. 일반적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두 번째는 이케아 시티 매장(IKEA City Store)이다. 주로 도심 속 대형 쇼핑몰 내에 입점해 있다. 유럽과 북미에는 6000~9000㎡(약 1800~2700평), 일본과 중국에서는 더 작은 2500~4000㎡(약 750~1200평) 규모로 운영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가장 작은 규모의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IKEA Planning Studio)다. 일반적으로 100~500㎡(약 30~150평)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인테리어 상담과 가구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규모가 아담한 만큼 생활용품들 위주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중국 선전(深圳)시 뤄후(羅湖)구 구축 아파트 전경. 러유가(樂有傢)

중국 선전(深圳)시 뤄후(羅湖)구 구축 아파트 전경. 러유가(樂有傢)

크고, 넓고, 거대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에서 이케아가 소형 매장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케아 중국 부사장 리우루이(劉銳)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소비자들의 주거 형태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중국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케아는 해당 소형 매장을 통해 인테리어 상담과 맞춤형 주문 제작 서비스 제공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즉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는 도심지의 제한된 주거 공간에서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뤄후(羅湖)는 선전에서 '올드타운'에 속한다. 20여 년 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 단지로 주를 이룬다. 이곳 거주민들은 주로 어린 자녀를 둔 가족과 신혼부부들로 이뤄져 있어 리모델링에 대한 수요도 큰 편이다.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의 쇼룸에서는 뤄후의 주거 환경을 반영한 인테리어 디자인, 즉 좁은 공간에서도 낮은 비용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케아 “중국 시장 잡아라!”... 가구 업계의 치열한 각축전

6월 29일 일본의 가구 업체 니토리(NITORI)는 중국 충칭시에서 중국 내 점포 수 100개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니토리는 중국의 부진한 소비심리와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

6월 29일 일본의 가구 업체 니토리(NITORI)는 중국 충칭시에서 중국 내 점포 수 100개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니토리는 중국의 부진한 소비심리와 디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

이케아의 표면적인 이유는 주거 형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사실 이케아에는 숨겨진 속사정이 있다.

최근 중국 가구 업계에서는 승기를 잡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2023년까지 누적된 중국 등록 가구 기업 수는 245만 개를 돌파했으며, 중국의 토종 가구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이케아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신흥 강자인 핀둬둬까지 가세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가구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고,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100번째 매장을 개장한 일본의 가구 업체 니토리(NITORI)는 앞으로 2032년까지 총 900개의 매장을 중국에 열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케아는 파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케아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중국 내 매출액 증가율도 둔화했다. 이케아의 매출 증가율은 2015년 기준 27.9%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최근에는 연 2~3%대까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된 중국 가구 업계의 상황도 이케아엔 큰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중국 국가 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3월 중국의 가구 소매 총액은 121억 위안(약 2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단 0.2% 증가했으며, 1~3월 소매 총액은 342억 위안(약 6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에 그쳤다. 특히 상해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된 중국의 고급 가구 브랜드 메이커가구(美剋傢居)의 경우 지난해 4억 6300만 위안(약 884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이미 1억 5500만 위안(약 29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이케아가 소형매장을 갑작스럽게 오픈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재 이케아는 중국 내륙에 총 37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선전점을 시작으로 앞으로 중국 내 다른 지역에도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형 매장을 통해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여 제품과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인 것이다.

이케아 “향후 3년간 중국 시장에 1조 2000억 원 투자한다”

2023년 8월 29일 이케아는 중국 상하이에서 2024 회계연도 발표회를 열고 중국 시장에 향후 3년간 63억 위안(약 1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펑파이신문(澎湃新聞)

2023년 8월 29일 이케아는 중국 상하이에서 2024 회계연도 발표회를 열고 중국 시장에 향후 3년간 63억 위안(약 1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펑파이신문(澎湃新聞)

사실 이케아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케아는 타 업체들보다는 느리지만 지난 몇 년간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고 나섰다. 위챗 미니 프로그램(微信小程序), 공식 이케아 앱 및 티몰(天貓)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속적으로 선보였고, 이 덕분에 이케아는 기존 1억 명에 불과했던 잠재 고객을 10억 명까지 늘릴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케아는 가격 인하를 통한 소비자 유치 전략도 시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이케아는 중국 시장에 3년간 63억 위안(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여 400여 가지 제품의 가격을 20~30% 인하했다. 이 외에도 500여 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무료 배송 서비스와 할부 결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케아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했다. 2020년 이케아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全屋設計服務)를 공식적으로 출시했으며, 중국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9월 이케아 중국의 최고 재무 책임자인 리레이(李雷)는 “이케아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10만 가구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2023년 7월 기준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의 성장률이 18%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의 부진을 딛고 분골쇄신 중인 이케아가 중국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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