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장관 "7~8월 대왕고래 로드쇼"…엑슨모빌 등 참여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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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안덕근 산업부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안덕근 산업부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과 관련해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엑슨모빌 등 복수의 해외 기업이 한국 정부의 투자설명회(로드쇼)에 참여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7~8월 중 로드쇼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복수의 기업이 석유공사의 탐사 데이터를 열람하는 등 사전 절차를 진행하면서 로드쇼 참여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장관은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는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해당 기업 중엔 엑슨모빌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안 장관은 “개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또 국내 기업만으로는 심해 개발을 진행할 기술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장관은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우선 “최대 140억배럴(2000조원 안팎 가치)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제성 분석을 의심하는 일각에 대해 안 장관은 “문제가 있다면 해외 기업에 대한 로드쇼를 추진하는 지금 뒷말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각에서 요구하는 재검증 요구도 필요 없다는 게 안 장관 입장이다. 로드쇼로 추가 검증 필요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추가로 검증을 한다면 영업기밀이면서 안보 자산인 탐사 데이터 등이 악용될 가능성만 높인다는 반론이다.

앞서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가 석유공사와 공동 탐사를 하다 철수한 일과 관련해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과는 무관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해외 국가의 유전·가스전 개발 사례를 보면 특정 업체가 탐사를 하다 철수한 뒤 다른 업체가 들어와 성공시킨 경우가 많다. 21세기 최대 심해 개발인 가이아나 프로젝트의 경우 1977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기존에 탐사를 진행하던 기업이 철수했다가 2015년 결국 엑슨모빌 등이 유전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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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왕고래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한 점을 두고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런 것(대왕고래)이 있다는 걸 보고 받는다면 어떤 정권이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 에너지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추세인 가운데 유전·가스전 개발 필요성은 낮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도 나왔다. 안 장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를 근거로 “2050년에도 석유, 가스가 전세계 에너지 수요의 45.6%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 장관은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중국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유전·가스전 개발 노력이 미미했던 점을 지목하며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으로 끝날 게 아니고 그(대왕고래 등 유망구조 7개) 위와 아래 등 주변을 다 탐사해봐야 한다”면서다.

실제 각국별로 석유·가스 매장 여부와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기 위한 탐사시추 실적(자국 내 기준)을 보면 일본은 813공, 중국은 4만8000여공인 데 반해 한국은 48공(석유공사 집계)에 불과하다. 일본·중국은 개발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경험 축적으로 성공률 제고→석유·가스 자원개발률(수입량 대비 국내·외 자원개발로 확보한 양의 비율) 상승→탐사시추 확대라는 선순환에 진입해 있다. 특히 일본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22년 현재 33.4%로 한국보다 3배가량에 달한다. 일본은 2040년까지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안 장관은 “한국의 자원개발 분야는 2010년대 중반부터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며 “이번에 충분히 적극적으로 트라이 해볼 만한 근거(대왕고래 프로젝트 물리탐사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리탐사는 땅을 직접 파보는 탐사시추에 앞서 탄성파 등을 쏴 되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하는 절차다. 산업부는 더 정밀한 분석을 위해 오는 12월 탐사시추를 시작해 총 5공을 뚫어보겠다는 방침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개발 기술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번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는 게 안 장관의 시각이다. 그는 “기술력이 좋은 국가는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발국보다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자리에선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방침도 언급됐다. 안 장관은 “최근 발표한 지원 패키지(18조여원 금융지원 등)가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일단 지켜봐야 될 것 같다”며 “그 다음에 개선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판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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