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복룡의 신 영웅전

모세의 생애와 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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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구약성경』을 읽으면서 갖는 의문은 인물들의 나이가 700~900세로 기록된 점이다.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세라가 969년을 살았다는 기록(창세기 5 : 21-27)은 그 가문의 몇 대를 합산해 그렇다는 것이니 의심해 시비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모세는 120세에 세상을 떠났다(신명기 34 : 10). 원시시대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태초의 달력은 월력(月曆)이었다. 중동은 상하(常夏)의 계절이기 때문에 태양력이 없었고, 주기와 시각 효과가 뚜렷한 월력을 사용했다. 그래서 달 모양이 바뀌는 스무여드레를 한 달로 정했다. 수학과 상술이 발달한 아랍인들이 일수(日收) 이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달력을 뜻하는 ‘Calendar’의 어원은 ‘셈하다(cal)’와 ‘빚(lend)’에서 유래했다.

상하의 중동 문화가 사계절이 뚜렷한 라틴 문화권으로 옮겨 오면서 태양력이 필요했다. 그 당시의 1년은 십진법에 따라 10개월이었다. 손가락이 열 개였기 때문이다. 1월은 군신(軍神·Mars)을 기념해 March였고, 10월은 10의 어근인 Deci를 써 December였다. 그런데 10개월을 1년으로 삼으니 절후가 맞지 않았다. 그리스 왕 솔론이 야뉴스(Janus)를 뜻하는 1월(January)과 정화(淨化)를 의미하는 Februa를 딴 2월(February)을 더해 1년을 12개월로 만들었다. 그래서 원래 1월이던 March가 3월이, 8월 October가 10월이, 10월 December는 12월이 됐다.

이 셈법에 따르면 모세의 120세는 28일×10월×120년=3만3600일인데 현대력으로 환산해 3만3600÷365=92세다. 이런 계산은 과학을 내세워 종교나 신학을 공격하는 불신자나 무신론자를 입막음하려다 보니 내세운 것이라 과학으로 따질 일은 아니다. 과학으로 남김없이 설명하려면 신학은 신성을 잃기 때문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