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무장관, 유로 2024 관람하고 전용기 탔다가 '뭇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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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경기를 관람한 뒤 정부 전용기를 탔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3일(현지시간)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달 23일 저녁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로2024 독일과 스위스의 경기를 관람한 뒤 오후 11시 넘어 연방군 전용기를 타고 룩셈부르크로 이동했다.

그는 이튿날 오전 룩셈부르크에서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같은날 또 전용기로 중동으로 향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있는 헤센주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특별한 공익 목적이 인정되면 0시까지는 이륙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와 낸시 페저 내무장관 등 다른 정부 인사들도 경기를 관람하고 전용기를 이용해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여론의 화살은 베어보크 장관에게만 쏠렸다. 그가 기후정책을 전면에 내건 녹색당 소속인 데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룩셈부르크까지 18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베어보크 장관은 2021년 총선 당시 기후보호를 위해 항공권 가격을 올리고 단거리 항공편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이번 유로2024를 앞두고도 "모든 경기장이 철도망과 완벽하게 연결돼 있다"며 축구팬들에게 항공기 대신 기차를 타라고 권유했다.

자유민주당(FDP) 볼프강 쿠비키 부대표는 EU 외무장관 회의가 중요하면 그곳에 집중해야지 축구는 왜 보러 갔느냐고 비난했다. 헤센주 FDP의 슈테판 나스 원내대표는 "녹색당 이중성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베어보크 장관을 향한 여론의 뭇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그를 대안정당으로 출발한 녹색당이 기성 정치권에 진입한 뒤 빚어진 자기모순의 상징으로 삼고 집중 공격하고 있다.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 2월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방문했다가 "전쟁터에서 부적절한 복장"이라고 비판받았다. 최근에는 메이크업 비용으로 2022년 한해 외무부 예산 13만6500유로(약 2억원)를 쓴 사실이 공개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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