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기르고 살아난 KT 황재균…“어울리지 않아도 놔두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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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황재균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염을 깎지 않고 경기에 나선다. [사진 KT 위즈]

황재균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수염을 깎지 않고 경기에 나선다. [사진 KT 위즈]

프로야구 KT 위즈의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7)은 요즘 수염을 깎지 않고 야구장에 나온다. 듬성듬성 난 콧수염이 점점 길어지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선 “왜 깎지 않느냐”고 묻지만, 개의치 않고 놔둔다. 황재균은 “어울리지 않더라도 당분간 길러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황재균은 올 시즌 타율 0.260, 홈런 5개, 29타점으로 예년만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타율이 0.33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타격감이 떨어졌다.

특히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3~4월 치른 32경기에서 타율이 0.250에 그쳤고,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5월에도 반전은 없었다. 월간 타율은 0.256에 머물렀고, 타점은 6점으로 3~4월(9점)보다 더 적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황재균은 지난달부터 조금씩 살아났다. 6월 한 달간 타율 0.280에 홈런 2개, 1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이 0.323으로 부쩍 좋아졌다. 안타 10개 중 1개가 홈런, 4개가 2루타였다. 6타점과 4득점도 보탰다.

7월의 출발도 좋다. 지난 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3-3으로 팽팽하던 연장 11회 초 무사 1루에서 결승 적시 2루타를 터트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3일엔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7회 선두 타자로 나서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쐐기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황재균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며 기뻐했다.

황재균의 슬럼프 탈출과 더불어 KT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18~2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3연전을 시작으로 21~23일 LG 트윈스와의 원정 3연전, 25~27일 SSG 랜더스와의 원정 3연전, 28~3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3연전까지 4회 연속 2승 이상을 거뒀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인 한화와의 원정 3연전에서도 이미 2승을 확보해 5회 연속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지난달 17일까지 승패 마진이 ‘-13’이었는데, 어느덧 ‘-6’까지 줄였다. 황재균의 반등이 KT의 상승세에 큰 힘을 보탠 것은 물론이다.

황재균은 “최근 팀이 계속 위닝 시리즈를 해내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수염은 어울리지 않더라도 당분간 그냥 놔둘 생각”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또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시즌 중반을 맞아 좋은 방향으로 풀리는 것 같다. 한동안 타격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감독님·코치님들과 동료 선수들이 믿어주고 힘을 불어 넣어준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내가 지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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