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미안해서"…휴진 대신 단식 택한 아산병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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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연합뉴스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이 4일부터 진료 축소에 들어가는 가운데 휴진 대신 단식을 택한 교수의 사연이 전해졌다.

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단식 중이다. 물과 소금 외에는 어떤 것도 먹지 않고 있지만 수술을 앞두고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커피를 마셔 컨디션을 끌어올린다고 했다.

고 교수의 단식 계기는 환자와 전공의들에게 미안함 때문이다. 그는 "어떤 환자분은 진료를 보려고 넉 달 동안 대기했다고도 하신다"며 "의사로서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환자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있어야 할 곳을 떠난 전공의나 의대생, 그리고 함께 일하는 병원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며 "현 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병원 휴진 소식이 알려진 뒤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휴진 대신 차라리 삭발이나 단식을 해라"는 일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 교수는 "힘든 상황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당초 예고했던 집단 휴진 방침을 접고 진료 축소와 재조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진료 재조정 첫날인 4일 주요 수술은 자체 집계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9%, 전주와 비교하면 29%가 줄어들 전망이다. 외래 진료 환자는 전년 동기 대비 30.5%, 전주 대비 17.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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