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채상병특검법 본회의 상정, 與 필리버스터…대정부질문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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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특검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날 오후 3시쯤 시작한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상정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대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기 전 이 법안을 1번 안건으로 올렸다. 상정 직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filibusterㆍ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면서 대정부질문은 자연스레 취소됐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퇴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곧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제출 24시간 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끝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191석이다.

민주당은 4일 필리버스터가 끝나는 대로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21대 국회 임기 말,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이 법안은 22대 국회 초입에 다시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됐다.

이번에 새로 낸 특검법은 21대 때 없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만 가졌던 특검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도 줘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이 특검을 정하지 않으면, 추천된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날 강하게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시작 전 기자들을 만나 “우 의장은 지금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하명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며 “국민의힘이 이미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는데도 의장이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대정부질문을 무산시켰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유상범 의원은 “절대다수 의석수의 힘으로 젊은 군인의 숭고한 죽음을 오롯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며 “역대 13건의 특검 중 12건이 여야의 명시적 합의로 실시됐고, 합의가 불발된 BBK 특검 역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자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혀 사실상 합의로 추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여야 합의를 통한다는 헌법적 관행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조를 짜 돌아가며 민주당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될 예정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항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될 예정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항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편파 운영 즉각 중지'라고 적힌 피켓을 모니터에 붙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편파 운영 즉각 중지'라고 적힌 피켓을 모니터에 붙이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전부다. 결국 21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마지막 카드가 될 전망이다. 여권은 이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거야의 일방처리→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이 금명간 되풀이된다는 의미다.

재표결을 하게 될 경우 여권의 긴장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전원이 참석할 경우 재표결에선 200명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이미 여당에서 안철수ㆍ김재섭 의원 등이 특검법 찬성 의견을 밝힌 데다, 무기명 투표 특성상 추가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표 단속 부담이 21대 국회보다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의사 일정을 제대로 따라 달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의사 일정을 제대로 따라 달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채 상병 특검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국회 본회의에는 지난달 25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한  ‘방송 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부의돼 있다. 이 또한 ‘거야의 일방처리→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생 정책을 챙겨야 할 국회에서조차 '이재명 대 윤석열'의 다툼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가 대선 모드의 연장선인 데다, 야당의 입법 강행과 여당의 대치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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