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근 시장 과열, 현장 점검"…주담대 금리 상승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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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에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자, 금융당국이 직접 은행권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이준수 부원장 주재로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가계대출 서면·현장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현장 점검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스트레스 DSR 규제 이행 적정성, 가계대출 경영 목표 관리 실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점검 결과 지적 사항이 나타나면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뉴스1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뉴스1

이 부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택 시장이나 금리 움직임과 정보를 파악했을 때, 4·5월 (가계부채 증가는) 지켜볼 정도로 판단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1~2주 사이에 (부동산 등) 시장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는 조짐이 있어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약간의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과거 고점을 넘기는 등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 가계부채를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금감원은 특히 은행별로 설정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엄수하는지 현장검사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은행들은 올해 초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연간 2~3%로 잡았다. 이 부원장은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가 100이라고 하면, 상반기에 딱 50이 돼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지금 60은 안되고 50은 조금 넘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목표치를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오늘 간담회에서 강조했다”고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기존 방침도 재확인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고삐를 죄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1일부터 가계 주택담보대출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 축소했고, KB국민은행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했다. 금감원이 현장점검 등을 통해 가계 대출 관리를 압박하면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융당국 의도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단순히 은행의 일반 대출 증가뿐 아니라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정책 상품 출시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을 고려하면, 더는 고금리 정책을 쓰기 어렵다는 점도 가계부채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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