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불법 공매도에 과징금 271억원…역대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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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불법 공매도 혐의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대해 27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불법 공매도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202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부과할 과징금 액수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956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 

3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크레디트스위스(현 UBS) 2개 계열사에 대해 불법 공매도 혐의로 과징금 총 271억7300만원을 부과하는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만큼 과징금은 UBS가 부담해야 한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계열사 2곳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956억원 규모의 주식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를 벌였다. 2개 계열사를 합쳐 25개사의 주식 56만3560주의 공매도 주문이 불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은 차입 공매도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뿐,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이들은 대여 중이던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면서 주식을 대여해준 차입자에게 중도상환 요청(리콜)을 뒤늦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제3자에게 매도하는 시점에서 리콜이 확정돼야만 법 위반이 아니다.

“관행” 주장했지만, “불법” 결론

이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관행처럼 이뤄진 일인 데다 결과적으로 결제일엔 중도상환이 모두 이뤄져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외에선 허용이 되더라도 국내 법상으론 명시적으로 금지가 돼 있는 만큼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법 공매도 행위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게 이번 과징금의 의미”라고 말했다.

2021년 공매도 금지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징금 제도를 시행한 이후 제재 건수와 수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60억원(2건) 최초 부과한 이후 이날까지 총 42건에 대해 634억600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이뤄졌다. 이 중 크레디트스위스를 비롯한 글로벌 IB 3개 그룹의 과징금이 537억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글로벌 IB 조사 추가 진행 

향후 글로벌 IB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노무라증권을 비롯한 IB의 불법 공매도 사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불법 공매도 과징금은 고의성과 위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불법 공매도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10여곳의 글로벌 IB에 대한 조사를 추가로 이어가는 만큼 과징금 총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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