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설암 ‘원샷원킬’ 의사, ‘아양 떨려고’ 자격증 4개 땄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7.04

지난달 13일 이 코너에 소개한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구강암 중 설암 환자다. 박 전 의원의 주치의는 서울대 치과병원 명훈 교수(진료처장)이다. 명 교수는 박 전 의원을 '웟샷 원킬'로 치료했다. 박 전 의원은 다른 데로 전이되지 않은 1기 설암이었다. 명 교수는 박 전 의원의 혀 안쪽 암 부위를 도려냈고, 그걸로 끝이었다. 방사선·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다.

명 교수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치과의사)이다. 2일 오후 그의 진료실을 찾았다. 그는 사회복지사(1급)·영양사·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이다. 7년에 걸쳐 자격증을 땄다. 방송통신대·학원 등에 다녔다. 주말마다 요양원 등에서 실습을 했다. 그는 "실습 확인 도장을 받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명훈 서울대 치과병원 진료처장이 두개골과 치아 모형을 놓고 구강암을 설명하고 있다. 명 교수는 환자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해 영양사·사회복지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김성룡 기자

명훈 서울대 치과병원 진료처장이 두개골과 치아 모형을 놓고 구강암을 설명하고 있다. 명 교수는 환자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해 영양사·사회복지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김성룡 기자

잘 못 먹는 환자 영양 고민하다 영양사가 되다 

왜 이런 걸 땄을까. 명 교수는 "환자를 위해서, 좀 더 나은 진료를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런데 왜 필요할까. 명 교수의 설명이다.

"구강암 수술을 받으면 턱뼈를 잘라내 치아가 없어집니다. '이 대신 잇몸으로 산다'고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잇몸으로 씹지 못해 제대로 먹지 못해요. 환자가 뭘 먹으면 살 안 빠지고 잘 회복할까 고민했고, 그러면 영양사 자격증이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방송통신대에서 땄습니다. 환자별로 칼로리를 맞춰서 영양 처방을 합니다. 부드러운 음식, 죽, 요구르트 등을 처방합니다."

물론 영양 처방은 무료이다. 그는 또 CJ푸드·풀무원·현대그린 같은 회사에서 환자용 냉동식품을 기부받아서 환자에게 준다. 그리고 환자의 배우자에게 "이것과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시라"고 당부한다.

명훈 서울대 치과병원 진료처장이 아래턱 모형을 들고 암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모형의 검은 선 부분을 잘라낸다고 한다. 그러면 입이 뒤틀리고 말이 잘 안 된다. 환자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명 교수는 이런 환자에게 "2년만 견디자. 재건수술로 되돌리겠다"고 설득한다. 김성룡 기자

명훈 서울대 치과병원 진료처장이 아래턱 모형을 들고 암 수술법을 설명하고 있다. 모형의 검은 선 부분을 잘라낸다고 한다. 그러면 입이 뒤틀리고 말이 잘 안 된다. 환자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명 교수는 이런 환자에게 "2년만 견디자. 재건수술로 되돌리겠다"고 설득한다. 김성룡 기자

명 교수는 환자의 민간보험 수령에 문제가 생길 때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그는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잘 지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보험회사에 '내가 의사이면서 사회복지사다. 자꾸 이러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따지면 잘 풀릴 때가 있다"고 말한다.

구강암은 노인 암이다. 치매나 다른 중증 질환을 앓는 이가 적지 않다. 요양보호사·간호조무사의 지식이 이런 환자에게 필요하다. 명 교수는 치과병원의 공공치과의료센터장을 겸직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데에도 4개의 자격증이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