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건물 되살려 작품 걸다…‘24년 검사’의 욕먹을 결심

  • 카드 발행 일시2024.07.04

대전 '헤레디움' 설립한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지난해 9월 대전에서 안젤름 키퍼(79·Anselm Kiefer) 전시가 열린다고 했을 때 미술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키퍼가 누구인가.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세계 도시 곳곳에서 큰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작가다. 2022년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당시 두칼레 궁전 전시는 그해 미술계 최고의 전시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그의 한국 첫 미술관 전시가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열린다니 놀랄 만했다.

헤레디움과는 별도로 CNCITY에너지 본사에서도 항상 미술 전시가 열린다. 사옥에서 이경미 작가 설치작품 앞에 선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헤레디움과는 별도로 CNCITY에너지 본사에서도 항상 미술 전시가 열린다. 사옥에서 이경미 작가 설치작품 앞에 선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전시가 열리는 ‘헤레디움’(관장 함선재)이란 곳도 관심을 끌었다. 헤레디움은 1922년에 지어진 구(舊)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원한 건물에 새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2004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물은 해방 이후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뀐 끝에 2020년 대전시의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CNCITY에너지가 인수했다고 했다.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것은 이 옛 건물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63·CNCITY마음에너지재단 이사장)이었다. 24년간 검찰에서 검사로 일하고 10년 전부터 이 기업을 이끌어왔다.

대전의 ‘헤레디움’과 ‘안젤름 키퍼’ 전시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지만, 취재해 보니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 뒤엔 황 회장의 검사 시절부터 시작돼 차곡차곡 쌓인 역사가 있었다. 검사 시절에 직업적 호기심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고, 회사를 경영하며 본격적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해 왔다.

황 회장은 민간 사업자로서는 최초로 대한도시가스를 설립해 국내 도시가스 업계 발전에 기여한 고(故) 황순필 회장의 장남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2014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퇴임했다. 그는 왜 굳이 일제강점기 건물을 인수해 이곳을 전시·클래식 공연 공간으로 바꾼 것일까. 헤레디움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황 회장을 CNCITY에너지 대전 사옥과 헤레디움에서 만났다.

헤레디움에서 전시장에 선 황인규 회장. 레이코 이케무라 전시는 8월 4일까지 열린다. 사진 헤레디움

헤레디움에서 전시장에 선 황인규 회장. 레이코 이케무라 전시는 8월 4일까지 열린다. 사진 헤레디움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레이코 이케무라 개인전 전시장 전경. 사진 헤레디움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레이코 이케무라 개인전 전시장 전경. 사진 헤레디움

본래 미술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어요. 예전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어요. 1960년대에 러시아 니키타 후르쇼프 공산당 서기장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는 데 합의 보기가 그렇게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술관에 함께 가서 의견이 일치했대요. 두 사람 모두 현대미술 작품을 보고 ‘도대체 이게 예술이냐’고 했다는 거죠(웃음). 저는 그런 농담을 더 즐기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바뀌는 데 계기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