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연 19금 '온리팬스' 실체…"아동 성착취물 판친다"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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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박재범이 계정을 열어 화제가 된 성인용 크리에이터 사이트인 ‘온리팬스’에 유아부터 10대까지 미성년자의 성 착취 음란물이 수백건 게재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온리팬스는 “엄격한 성인 전용 사이트로, 모든 콘텐트는 모니터링되고 아동 성 착취 게시물은 신속히 제거·신고하고 있다”며 주장해왔으나, 실상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2019년 12월부터 올 6월 사이에 ‘온리팬스에 아동에 대한 성 유린 영상과 이미지가 게재됐다’는 내용으로 미국 경찰과 법원에 신고된 기록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분석 자료에는 유아와 구강성교를 하는 성인의 모습을 포함해 200건 이상의 노골적인 아동 성 착취 영상과 이미지가 인용돼 있었다. 미성년자 한 명을 수차례 성 착취한 여러 편의 동영상이 온리팬스 사이트에서 1년 이상 게재·판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컴퓨터 모니터에 뜬 온리팬스 로고. AP=연합뉴스

컴퓨터 모니터에 뜬 온리팬스 로고. AP=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때 폭발 성장한 '성인물 플랫폼'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온리팬스는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성인물 콘텐트를 유통해 연평균 성장률 317.3%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세계인을 ‘집콕’해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성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초 기준 온리팬스 사용자는 2억3880명, 크리에이터는 320만 명에 이른다.

온리팬스의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계정에 월 구독료, 콘텐트 건별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배분율은 크리에이터가 80%, 온리팬스가 20%를 가져가는데. 유튜브의 수수료 정책(5대 5 또는 6대 4)과 비해 파격적인 수준이다.

대다수 크리에이터는 성 노동자, 스트리퍼, 포르노 스타들이다. 최근 래퍼 카디비, 가수 겸 영화배우 크리스 브라운, 영화배우 벨라 손 등 유명 연예인은 물론, 틱톡·유튜브의 인플루언서들도 속속 온리팬스로 갈아타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의 스타 인플루언서인 캐롤라인 캘러웨이는 자신의 온리팬스 계정에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포르노’를 공유해 수입을 올린다고 자랑했다. 한국 연예인 중엔 가수 박재범이 최초로 온리팬스에 계정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온리팬스의 CEO인 케일리 블레어가 지난 5월 미국 뉴욕시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온리팬스의 CEO인 케일리 블레어가 지난 5월 미국 뉴욕시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동 성착취물 판치고, 미성년자 계정도

그간 온리팬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케일리 블레어는 “사이트는 철저하게 관리된다”며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나이와 신원을 파악하고 있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자료의 게재·판매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또 플랫폼 내에 18세 미만은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로이터는 이날 보도에서 “경찰 기록, 법원 문서, 법집행 기관과의 인터뷰와 실제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온리팬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자사가 검토한 30건의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체포로 이어졌고, 최소 3건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16세 소녀가 온리팬스의 콘텐트 제작자들에게 납치됐다가 몇 개월 만에 풀려난 사건이다. 소녀는 임대 주택에 갇혀, 남성들에게 수십장의 알몸 사진과 음란 동영상을 촬영당했고 해당 자료는 온리팬스를 통해 게재·판매됐다. 남성들은 인신매매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플로리다주에서는 15세 여학생이 그룹 채팅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의 온리팬스 계정을 알려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학생은 인터넷에서 퍼온 여성의 알몸 사진 등을 자신의 사진인 양 게시해 돈을 벌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로이터에 “회사가 아이들의 사이트 접속을 원천적으로 막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온리팬스의 계정에 미성년인 소녀들의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린 혐의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체포된 이선 디아즈. 로이터 =연합뉴스

온리팬스의 계정에 미성년인 소녀들의 성 착취 동영상을 올린 혐의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체포된 이선 디아즈.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는 자사가 확인한 온리팬스 내 미성년자 성 착취물 규모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리팬스는 크리에이터별 구독 시스템으로 운영돼 비구독자는 콘텐트에 접근할 수 없다. 크리에이터별로 어떤 내용을 게재·판매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인신매매 방지정보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온리팬스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아동 성착취물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어렵고, 수사기관도 목격자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온리팬스는 자사 규정에 따라 문제가 되는 계정을 즉시 폐쇄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왔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22년 16세 소녀와 성관계한 동영상을 온리팬스 계정에 올려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매튜 리처드슨(36)의 계정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월 20달러만 내면 구독 가능한 상태였다. 이 계정은 로이터가 온리팬스에 문의한 뒤에야 폐쇄됐다.

한국 연예인 중 최초로 온리팬스에 계정을 만든 가수 박재범. 권혁재 기자

한국 연예인 중 최초로 온리팬스에 계정을 만든 가수 박재범. 권혁재 기자

게시물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해야

온리팬스의 허술한 관리에 학부모들은 불신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16살 자녀를 둔 미국 캔자스주의 학부모는 “성인물을 다루는 이런 플랫폼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은 절대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96년 제정된 미국 연방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등 플랫폼 사용자가 제작·게시한 콘텐트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개인이 온라인에 게시된 정보로 인해 플랫폼 사업자가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취지로 마련된 법으로, 지난 30여년 간 플랫폼 사업자에게 광범위한 면책권을 부여해왔다. 로이터는 온리팬스의 플랫폼 사용자가 게시한 성 착취 콘텐트가 미성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확인된만큼, 의회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연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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