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월∙금토일 몰아 쉬는 '황금연휴' 늘린다…'요일제 공휴일'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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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상장사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준다. 증시 투자자 숙원인 배당소득 분리 과세도 추진한다.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은 폐지하기로 했다. 대체공휴일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장기 한국 경제 해법을 그린 ‘역동 경제 로드맵’의 일부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대책 추진 시점을 중장기로 미룬 데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대통령이 주재해 확정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과 함께 이런 내용의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역동 경제란 한국에 내재한 역동성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제도·정책을 설계한 경제”라고 정의했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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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가 주주 환원을 직전 3년 대비 5% 이상 늘린 증가분에 대해 법인세를 5% 세액공제한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연평균 1000억원을 배당하다 1100억원으로 배당을 늘린 기업이 있다고 하자. 증가분 100억원에서 직전 배당 평균치(1000억원)의 5%(50억원)를 초과한 나머지 50억원에 대해 5%(2억5000만원)의 법인세를 세액공제받는 식이다.

투자자는 배당소득 소득세를 깎아준다. 배당소득 ‘증가분’에 대해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기존 14%에서 9%로 세율 인하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기존 최고 45% 누진세율) 배당소득 증가분을 분리과세해 25% 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대책에 따르면 다른 소득이 없고 배당소득이 1200만원일 경우 10만원, 다른 소득이 없고 배당소득이 2400만원일 경우 20만원, 다른 소득이 10억원이고 배당소득이 2400만원일 경우 80만원이 기존보다 줄어든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경우 평가액의 20%를 할증하는 제도는 폐지한다. 기업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도록 만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직전 3년 매출 평균 5000억 미만 중소·중견기업)은 폐지하고, 한도는 기존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모두 하반기 추진할 입법 과제다. 기재부는 연내 조세특례제한법과 소득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이 ‘부자 감세’를 앞세워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국회를 통과할지 미지수다.

대기업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중소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하반기 추진 과제로 포함했다. 중소기업일 때만 받을 수 있는 각종 세제 지원, 규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다. 2025년 이후엔 대기업집단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무’ 논란을 불러일으킨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도 다시 마련한다(하반기). 대체휴일제 개선, 휴게시간 선택권 제고 등 선진국형 근무·휴식 시스템 구축방안 연구에도 착수한다.

예컨대 미국·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은 근무 시간 내 휴게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반면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 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30분 이상, 근로 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김재훈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4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근무를 마친 뒤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30분 동안 기다렸다 퇴근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 내 휴게 시간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계속 고용(정년 이후 고용 연장) 로드맵’도 준비하기로 했다(장기).

공휴일을 특정 날짜가 아닌, ‘요일제’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어린이날·현충일 등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공휴일을 월·금요일로 지정해 ‘연휴’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국민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말(토요일과 일요일)과 월요일을 붙여 쉬는 '황금연휴'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매년 법정 휴일과 주말이 겹쳐 전체 휴일 수가 달라지고 징검다리 휴일에는 개인 휴가를 끼워야 하는 비효율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까지 연구 용역에 착수해 2026년 이후 도입을 검토한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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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에게 배달료‧임대료‧전기료 지원과 대출 지원을 확대 제공하고, 1조원의 ‘긴급 민생안정자금’을 투입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농수산물 할인‧에너지 바우처 등 지원에 5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하반기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를 다시 추진하고,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를 동결(연 1.7%)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공공요금 인상 시기는 미루거나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부진한 내수를 보강하기 위해선 건설 분야 투자를 늘리는 계획도 세웠다. 공공투자‧민자사업‧정책금융의 하반기 투‧융자 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15조원 확대하고, 내년 사업도 올해로 당겨서 집행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자동차 소비 촉진을 위해 ‘3종 패키지’도 시행한다. 현재 전기 승용차에 주는 보조금을 올해에 한해 전기 화물차에도 지원한다.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 적용 기한은 2026년까지 추가 연장하고, 노후 차량을 바꿀 때 개별소비세를 70%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조치에 대해 재입법을 추진한다.

농어촌 민박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모 기준과 식사제공 제한도 일부 완화한다. 기존엔 민박 규모를 230㎡ 미만으로 제한했다. 앞으로는 객실 수 상한(10개) 규제만 남기고 지방자치단체가 면적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다. 기존엔 조식 제공만 허용했는데 앞으로는 음식점이 드문 산간벽지·도서지역 민박에서 석식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위임한다.

한국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해서는 하반기 중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는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반적으로는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구조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데서 로드맵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 3년 차를 맞아 임기 말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사실상 추진 가능한 대책을 총망라했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로드맵인 만큼 대부분 대책의 ‘데드라인’이 올해 하반기, 2025년, 길게는 2035년까지 이르는 중장기 과제인 경우가 많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은 1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내년, 나아가 윤석열 정부 임기를 지나서까지 장기 과제를 정부가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여야에서 정권을 넘어 추진할 만한 강한 공감대, 의지가 없다면 하나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명확한 해법 대신 방향성 위주로 로드맵을 제시해 ‘말의 성찬’에 그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대부분이 국회 입법 과제란 점도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 개혁)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장기 과제를 던졌다”며 “로드맵인 만큼 구체적인 액션 플랜(실천 계획)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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