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사망… 부산 ‘교제폭력’ 전 남친, 징역 3년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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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집착과 협박 등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숨진 20대 여성의 전 남자 친구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인 20대 남성은 이별을 통보하는 피해자의 집에 늦은 밤 찾아갔고, 말다툼을 벌이던 중 피해자는 추락해 숨졌다.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범죄” 질타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다.” 3일 오전 10시 부산지법 451호 법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특수협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교제하던 사이인 B씨에게 욕설과 함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위협하고, 다툼이 있거나 이별을 통보받을 때면 10시간 넘게 B씨 집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과도한 집착으로 B씨에게 공포감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1월 7일에도 이별 의사를 밝힌 B씨 집에 찾아갔고, B씨가 “나가달라”고 요구하는데도 무시한 채 언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B씨가 창문 너머로 떨어져 숨지자 119 등에 신고한 것도 A씨다. 이때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A씨는 이후 B씨에 대한 특수협박과 스토킹 혐의가 인정돼 구속기소 됐다.

배 부장판사는 “단둘이 있던 중 B씨가 추락, 사망해 A씨가 이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각도로 조사했지만 혐의 확인이나 공소 제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증거를 살펴봐도 명확한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배 부장판사는 “(B씨 사망 당일) 말다툼 과정에서 A씨가 ‘죽고 싶은데 그럴 용기가 없다’는 등 말을 하고, B씨가 창틀 위로 올라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특수협박과 스토킹, 퇴거 불응 등 공소 제기된 A씨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배 부장판사는 “B씨가 보여준 인간적인 선의 등을 망각한 채 범행에 이르렀다”며 “B씨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범죄”라고 판시했다.

檢 ‘10년’ 구형했지만, 法 “범죄ㆍ형벌 균형 지켜야”

배 부장판사는 “교제 관계 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점차 거세지는 시점에서 이런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 형량은 검찰의 구형(징역 10년)에는 훨씬 못 미쳤다.

이에 대해 배 부장판사는 “재판 이전에 이미 대중적 관심을 받은 사건이다. 명확한 증거로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추가로 처벌하는 것은 범죄ㆍ형벌 균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자의적인 양형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리와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 등을 살펴 형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을 지켜본 B씨 가족은 “자살 방조 등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판단 받아 볼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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