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에…용산 “정치 쿠데타 시도” 격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하려 들자 대통령실이 “정치 쿠데타 시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야당에서 검사 탄핵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시도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까지 나서고 있다”며 “반문명적 헌정파괴 시도와 전대미문의 입법폭력 쿠데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지방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특정인을 위한 종교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 친명 핵심그룹으로 분류되는 민형배·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실의 이런 반응은 전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면 그 모든 어려움과 고통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고 밝힌 것보다 한층 더 강경해진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의 비위 의혹 중에 실체나 위법이 드러난 것은 없지 않으냐”며 “결국 방통위원장 탄핵처럼 검사들의 업무를 중지시켜 이 전 대표의 재판을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방탄과 윤 대통령 탄핵을 향한 민주당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대통령실도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모든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전날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의혹 사건 수사 관련 검사 4명(강백신·박상용·엄희준·김영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에 보고됐고, 직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당은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이끄는 법사위에서 해당 검사들을 불러 조사한 뒤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강 검사는 윤 대통령 허위 인터뷰 사건 때 압수 수색을 위법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박 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술자리에서 회유했다고, 엄 검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이 있다고, 김 검사는 김건희 여사 봐주기 의혹이 있다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현직 부장 검사는 “네 검사의 유일한 공통점은 이 전 대표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검사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해 준 주요 권한 중 하나”라며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의 주요 간부를 도열시켜 놓고 발표하는 걸 보고 놀랐다. 무슨 검찰 쿠데타를 하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전날 이 총장이 “이 전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검사 탄핵안을 비판했던 것을 반박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