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한 마리 팔면 200만원 손해”…한우농가 1만명 12년 만에 ‘반납 집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모습. 한우 도매가격 하락과 사룟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모습. 한우 도매가격 하락과 사룟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한우 산지가격 하락과 사룟값 상승 등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해온 전국 한우농가들이 상경투쟁에 나선다.

3일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을 한다. 대규모 한우농가가 참여하는 한우 반납 집회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전국에서 모인 한우농가 1만여명은 이날 사룟값 즉시 인하와 한우 암소 2만 마리 시장 격리, 긴급 경영 안정 자금 지원 등을 요구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한우법) 제정도 촉구한다.

“정부의 소고기 초과 수입이 화근”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어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 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뉴스1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어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 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뉴스1

한우농가들은 “한우가격 하락과 사룟값 급등이 맞물리면서 키워서 팔수록 손해가 난다”고 호소해왔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한우(거세우) 600㎏ 1마리 가격은 2021년 799만원에서 2023년 641만원으로 떨어진 뒤 지난 5월 현재 603만원까지 하락했다.

농가는 한우가격이 떨어진 원인으로 정부의 소고기 초과 수입을 꼽고 있다. 한우협회 측은 “시중에 판매되는 소고기 중 수입육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정부가 수입육 10만t을 무관세로 수입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통계청 “한우 한 마리당 142만원 손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할인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할인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한우 도매가격이 떨어지는 사이 사료비 등 생산비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통계청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의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6000원에 달했다. 한우값 하락과 생산비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1년 전보다 한 마리당 순손실이 73만6000원(106%) 늘었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우농가는 “도매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코로나19 당시 소값과 비교하면 한 마리당 2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우협회, 한우법 폐기에도 반발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모습. 한우 도매가격 하락과 사룟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한우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한우 모습. 한우 도매가격 하락과 사룟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뉴스1

한우농가들은 경영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우법 제정이 무산된 것을 놓고도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우농가 지원을 위한 한우법이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튿날 폐기됐다.

한우협회는 한우법이 폐기되자 성명을 내고 “2년여간 10만 한우농가가 들인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며 “허탈하고 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농가들, “축산정책 다시 세워야”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할인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우 할인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한우법은 정부가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세우고, 한우 농가에 도축·출하 장려금과 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한 법안이다. 이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종 간 형평성 논란, 입법 비효율 등의 문제를 들어 한우법 제정을 반대하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다. 또 한우법 제정 대신 축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윤홍배 대한한우협회 광주·전남도지회 부회장은 “사료비나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소를 수입하면서 한우농가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라며 “정부가 한우농가 안정을 위해 축산정책과 통상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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