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에서 12차례 찔렀다…알고보니 고스톱 치다 원한 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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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를 치다가 원한을 품고 지인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60대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김상곤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62)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15일 오전 0시 35분께 전주천에 있는 다리 밑에서 B씨(63)를 흉기로 12차례 찌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112에 전화해 "사람을 죽였다"고 신고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는 술을 마셨다.

A씨는 범행 1시간여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체포 후 범행 장소를 다른 곳으로 말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 때문에 B씨는 한참이나 다리 밑에 방치됐다. 장기를 복원하는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큰 상해를 입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앞서 이들은 사건 발생 2시간여 전 함께 고스톱을 치다 말다툼을 벌인 뒤 헤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간 뒤 전화 통화에서도 다시 다툼이 벌어지자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외투 안주머니에 흉기를 소지한 채 B 씨를 찾아갔다. 그리고 B씨의 가슴과 허벅지 등을 12차례 찔렀다.

A 씨는 범행 뒤 스스로 신고했다. 하지만 곧바로 신고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A씨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꺼놓고 술을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 조사에서A 씨는 "잡히기 전에 술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껐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 조사 도중 B씨의 상태를 전해 듣고는 '한 번만 찔렀어야 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 결과 A 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질러 수차례 처벌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끈 채 범행 장소를 이탈한 뒤 술을 마시는 탓에 피해자는 1시간 20여분 동안 방치됐다"면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은 것은 신고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의 신속한 조치에 의한 우연적인 사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범행을 자진 신고했지만 전반적인 상황이 감형 요소로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체포 직전에 술을 마시면서도 정작 피해자를 위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아직도 회복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수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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