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명백한 불법 증거 없는 탄핵은 민주주의 파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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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박상용, 엄희준, 강백신, 김영철 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박상용, 엄희준, 강백신, 김영철 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검사 4명 탄핵에 “이재명 처벌 모면용” 비판 일어

피고인 측이 검사 조사하는 황당무계 벌어질 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횡포가 선을 넘고 있다. 민주당은 어제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수사를,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북송금 수사를,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봉투 수사를 각각 맡은 전력이 있다.

헌법 65조 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즉 위법이 명백하고 중대해야만 탄핵이 가능하다는 게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이 검사 4명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가 아리송하다. 민주당은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방의 주장이고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거의 없다.

탄핵 소추가 의결되면 검사들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짧아도 수개월, 길면 1년이 넘을지 모른다. 이처럼 심각한 행정권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회의 탄핵은 신중해야 하며, 법리적으로 결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자신들과 악연이 있었던 검사를 탄핵하겠다면 더더욱 오해를 살 빌미를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한쪽 얘기만을 근거로 탄핵을 벌이는 건 일종의 정치 보복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동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민주당의 탄핵 소식에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어 이재명 전 대표라는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한 건 일리가 있다.

앞으로 민주당은 탄핵한 검사 4명을 차례로 국회 법사위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사위엔 이재명 전 대표의 변호를 맡았던 의원들도 있다. 피고인 측이 검사를 조사하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어제 결국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을 추진한 것도 법리적으론 무리수에 가깝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하고 의결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방통위법엔 2인 체제가 위법이란 규정은 없다.

민주당의 부실 탄핵은 이미 전례가 있다. 2023년 2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이유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그해 7월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로 탄핵안이 기각됐다. 지난해 9월엔 유우성씨 보복기소를 이유로 안동완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켰지만 이것도 지난 5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로 기각됐다. 그런데도 또 검사를 4명이나 탄핵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4월 총선의 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걸핏하면 탄핵으로 행정부를 위협하는 건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