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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NGO지원센터와 ‘기울어진 운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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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부장

대전시 NGO지원센터(지원센터)가 있다. 대전시가 비영리단체 지원을 목적으로 2015년 만든 기관이다. 대전시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는 지난 5월 1일 기준 550여개다. 지원센터는 주로 이들 단체에 모임과 교육장소를 제공하고 공익 활동가(시민단체 회원) 역량 강화 사업도 한다고 한다. 직원은 센터장을 포함해 4명이고, 인건비 등 운영비는 전액 대전시가 지원한다. 올해 운영비는 5억6000여만원이며 출범 당시보다 크게 늘었다.

지원센터는 생길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세금으로 굳이 이런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와서다. 설립 이후에는 사업을 두고 편향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성향 단체에 지원이 쏠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지원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70여개 사업을 보면 주로 진보당·더불어민주당,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대전여민회 관계자 등이 포럼·간담회·회의를 연 뒤 돈을 받아 갔다. 강사비·회의비·활동비·멘토링비 등으로 매번 1인당 수십만원씩 지급됐다. 지원센터는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세종시 한두리대교 밑 금강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세종보 재가동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세종시 한두리대교 밑 금강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흥미로운 것은 2022년 중앙과 지방 권력이 모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뒤 지원센터가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 이장우 시장이 이끄는 대전시정 비판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2022년 7월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지원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시대 역주행에 대응해 적극적 활동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마을활동가포럼은 지난해 6월 토론회를 열고 “마을공동체와 시민주권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전시정을 비판했다. 비영리단체가 정부·지자체 정책을 비판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전시에서 돈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에서 이런 토론회를 여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도 있다.

지원센터의 이런 모습은 정치·사회 현실을 잘 보여준다. 지원센터가 편향적 논란에 휩싸인 데는 사업을 한쪽으로 추진한 탓도 있지만,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보수 우파 시민사회단체가 거의 없는 것도 영향을 준 것 같아서다. 보수 시민단체가 관심이 있었더라면 센터에 항의하고 사업 추진 제안이라도 했겠지만,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사례는 최근 금강 세종보(湺) 재가동 추진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정부가 세종보에 물을 담으려 하자 이를 반대하는 환경 단체 등이 금강 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다. 반면 세종보 존치와 가동을 외치는 단체는 없다.

많은 국민이 정치·사회 지형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을 한다. 정치보다 시민사회 영역은 훨씬 오래전부터 기울어진 상태였다. 경기를 제대로 하려면 운동장의 균형을 잡는 게 필수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