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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선거의 해, 미국 바깥 주식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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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올해 세계는 선거로 바쁘다. 글로벌 GDP의 57%를 차지하는 약 40억 인구가 선거에 참여한다. 올해 선거 결과가 향후 수년간 경제·무역·규제·거버넌스·사회경제에 가져올 변화는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우경화 바람이 유럽의회 선거를 휩쓸며 주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집권 중도 정당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다. 특히 프랑스는 침체된 경제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국가주의·포퓰리즘 정당들이 더 큰 권력을 잡을 기회를 얻었다. 인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지역의 국가에서도 장기 집권 지도부에 대한 유사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 외에도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새로 체결된 방위 협정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요인이다.

언제든지 불확실성을 확산할 수 있는 정치적·지정학적 요인과는 별도로, 현재 시장 환경 속에는 ‘비미국(non-US)’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많은 분산형 주식 포트폴리오가 미국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선호된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미국 바깥의 선진국·신흥국 주식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근거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에 기반을 둔 상대적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다. 현재 비미국 증시의 PER이 미국 주식 PER보다 덜 비싸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물론, 밸류에이션은 개별 시장마다 매우 다를 수 있으며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 주식시장은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성공적인 인플레이션 관리, 기업 실적 개선 등의 효과를 누렸다. 2024년 1분기 일본기업들의 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1% 성장했다. 게다가 달러·유로 대비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일본의 수출과 관광 수입이 증가했다. 올해 일본 증시의 상승 요인에는 대기업 외에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개편된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통한 자금 유입 등이 있었다.

인도는 다른 대국에는 부족한 젊은 인구 등을 포함한 여러 요인 덕분에 매력적인 장기 투자처로서 주목받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400달러로 소비 곡선 하단에 위치한 현재의 인도 경제는 아주 큰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6% 가까이 성장한 GDP와 함께 민간 소비 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구와 거대한 노동시장을 가진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수록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다.

누빈 최고투자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