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윤고은의 모서리를 접는 마음

이 바닥이 그 바닥은 아니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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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윤고은 소설가

윤고은 소설가

자전거 바구니의 디자인에 대해 생각한다. 필요에 따라 밑바닥을 열 수 있는 구조, 그러니까 ‘바닥 개폐형’으로. 개폐형 바구니에 대해 검색하면 위나 옆으로 열리는 형태의 제품들이 등장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처럼 아래로 열리는 방식은 아직 찾지 못했다. 밑으로도 뻥 뚫려서 바닥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핵심인데 말이다.

바닥 개폐형은 아니지만, 현재 내 자전거에도 바구니가 하나 붙어 있다. 자전거 바구니의 유용함은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서 뒷좌석에 바구니를 추가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언제부턴가 그 주렁주렁 욕심을 거두게 됐다. 이 사랑스러운 바구니를 쓰레기통으로 삼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광고지, 담배꽁초,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 공공장소의 거치대에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세워본 사람이라면 나뭇잎 외에도 바구니 안으로 떨어지는 것이 많다는 걸 알 것이다. 정확히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버린 것이고, 그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은 결국 폭발 직전의 자전거 주인이다. 바구니 달린 자전거들은 쉬는 동안 왜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나? 버릴 곳이 얼른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남의 주머니에 쓰레기를 꽂는 심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여름밤에 자전거를 타면 울룩불룩한 마음이 평안해져서 그 행위를 다림질에 비유하곤 했는데, 어떤 밤에는 이렇게 분개한 다리미가 되어 씩씩대며 페달을 밟는 것이다. 바닥을 걸쇠로 고정했다가 푸는 형태의 바구니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주차할 때 바구니의 바닥을 열어두면 누구도 뭘 올려둘 수 없을 테니까. 분개한 다리미의 머릿속에는 고약한 상상도 침입한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네? 어? 저 바구니의 바닥을 걸쇠로 고정하면 되겠다! 그렇게 남의 자전거를 쓰레기통으로 탁탁 조립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설마 있을까 싶지만, 극한의 상상이 바닥 개폐형 바구니 개발 의지를 자극하니까 멈추지 않기로 한다.

윤고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