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4%에 휴…13% 치솟은 농산물값에 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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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소비자물가 석달째 둔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2%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기름값과 먹거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보다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에서 2·3월 각기 3.1%로 커졌다가 3개월째 축소되며 2%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다만 계속된 석유류 가격 상승이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했다. 4개월 내리 오르며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면서 실제 주유소에서 지갑을 여는 서민들 체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은 0.8% 내렸고, 수산물 가격은 0.5% 오르는 데 그쳤지만, 농산물 가격이 13.3% 치솟으면서다.

배 가격이 139.6%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강세다. 사과 가격도 63.1% 올랐다. 김 가격은 28.6% 상승했는데, 이는 1987년 12월(34.6%) 이후 36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서비스 물가 중에선 외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치킨(4.9%), 햄버거(4.7%), 구내식당 식사비(4.3%) 등이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전월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물가 오름세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향후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당초 정부 전망대로 2%대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수준이다. 상반기까지 누계 상승률은 2.8%였다. 정부 전망에 부합하려면 하반기에 물가 안정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7월 물가는 이상기후 등 기상 상황이 변수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농산물은 계절적으로 폭우 등 기상 영향이 많아서 불확실성이 있다”며 “7월 물가가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최신 관측에서 7월에 배추·무·당근 등 주요 엽근채소와 마늘·건고추 등 양념채소 출하가 평년보다 줄어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도·복숭아·참외·수박 등 제철 과일·과채는 지난해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2%를 기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8%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둔화했더라도 피부에 와 닿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식용유(18%)·소금(15.7%) 등 식재료 가격이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어서다.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은 “최근 밀·원당 등 국제 식품원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일부 업계에서 설탕 등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며 “원가 하락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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