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마저 휩쓴 극우 정당…한국 2차전지 수출에는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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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에넹 보몽에서 국우정당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에넹 보몽에서 국우정당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득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럽연합(EU)은 한국의 만년 ‘톱3’ 수출 지역이어서다.

유럽 최대 강국인 프랑스에선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33.1% 득표율로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앙상블·득표율 20%)을 제치고 압승을 거뒀다. 오는 7일 2차 투표에서 이변이 없다면 RN이 제1당을 차지할 전망이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양대 축인 독일도 극우 정당의 기세가 매섭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9월 동부 튀링겐·작센·브란덴부르크 등에서 열리는 주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달 6~9일 치른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EU 27개 회원국의 유권자 3억7000만명이 의원 720명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중도 우파 정당이 184석(25.6%)으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강경 우파 성향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기존 69석(9.8%)에서 73석(10.1%),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이 49석(7.0%)에서 58석(8.1%)으로 의석을 늘렸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유럽에서 반(反)이민·친(親)러시아·보호 무역주의를 앞세운 극우 정당의 약진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폴리코노미(Policonomy·politics+economy)’ 현상이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극우 정당은 관세를 올리고 반도체·인공지능(AI)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 개입을 늘리는 등 보호 무역주의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비슷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기존에 EU가 주도해 추진한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규제는 후퇴할 수 있다.

한국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7%다(2023년 기준). EU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중국에 이어 3번째로 크다. 대 EU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다. 최근엔 전기차와 2차전지 수출이 호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탄소 배출량 제한 등 기존 환경 규제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렵지만,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EU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 가뜩이나 어려운 2차전지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대(對)중국 견제 강화가 한국 수출에 반사 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환율도 출렁일 수 있다. 수퍼 달러, 수퍼 엔저에 시달리는 한국에 유로화 약세가 변수로 추가될 수 있어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유럽은 가뜩이나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극우 정당이 재정 지출을 늘리면 유로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며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유로-달러 거래량이 가장 많은 만큼 유로화가 약세를 띨수록 강달러 흐름이 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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