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4%…"하반기 2%대 초·중반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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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했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2%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기름값과 먹거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보다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에서 2‧3월 각기 3.1%로 커졌다가 3개월째 축소되며 2%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다만 계속된 석유류 가격 상승이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했다. 4개월 내리 오르며 상승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면서 실제 주유소에서 지갑을 여는 서민들 체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은 0.8% 내렸고, 수산물 가격은 0.5% 오르는 데 그쳤지만, 농산물 가격이 13.3% 치솟으면서다.

품목별로 보면 배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39.6%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강세다. 사과 가격도 63.1% 올랐다. 김 가격은 28.6% 상승했는데, 이는 1987년 12월(34.6%) 이후 36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서비스 물가 중에선 외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치킨(4.9%), 햄버거(4.7%), 구내식당 식사비(4.3%) 등이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전월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정부 “하반기는 물가 안정화될 것”
다만 정부는 하반기에는 물가 오름세가 잠잠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향후 특별한 추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 물가는 당초 정부 전망대로 2%대 초·중반대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수준이다. 상반기까지 누계 상승률은 2.8%였다. 정부의 전망에 부합하려면 하반기에 물가 안정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7월 물가는 이상기후 등 기상 상황이 변수다. 기재부 황경임 물가정책과장은 “농산물은 계절적으로 폭우 등 기상 영향이 많아서 불확실성이 있다”며 “7월 물가가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최신 관측에서 7월에 배추‧무‧당근 등 주요 엽근채소와 마늘‧건고추 등 양념채소의 출하가 평년보다 줄어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포도‧복숭아‧참외‧수박 등 제철 과일‧과채는 지난해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2%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김웅 부총재보는 이날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2.8%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 황경임 과장은 “생활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것은 민생과 밀접한 품목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체감 물가 하락에 영향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둔화했더라도 피부에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식용유(18%)·소금(15.7%) 등 식재료 가격이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어서다. 먹거리 가격 등이 이미 워낙 높은 수준이라 여기서 상승 폭이 일부 준다 해도 소비자는 계속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병환 기재부 제1차관은 “최근 밀·원당 등 국제 식품원료 가격 하락을 반영해 일부 업계에서 설탕 등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며 “원가 하락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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