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꼭 잡은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장외 나서자 손가락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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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ㆍ23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4명의 당 대표 후보가 모처럼 밝은 얼굴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5분 비전 발표회’에서 일제히 자신이 ‘정권 재창출’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부터),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2일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정견 발표를 앞두고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 추첨에 따라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한동훈 후보는 “민주당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엔 힘이 없다”며 “승리하기 위해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방법은 변화”라며 “수도권ㆍ중도ㆍ청년에게 매력 있는 정당, 국민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정당”을 강조했다.

“이러다간 다 죽어”란 ‘오징어 게임’ 명대사를 인용해 발표를 시작한 원희룡 후보는 여권 위기 상황을 부각했다. 그는 “당과 대통령이 싸우면 그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당은 깨지고 정권을 잃는다”며 “신뢰에 기반한 활력 있고 생산적인 당정관계”를 강조했다. 원 후보는 우파진영 강화 방안을 담은 당 운영 ‘100일 계획’도 소개했다.

나경원 후보는 “전장인 국회를 모르면 의회 독재에 속수무책”이라며 현역 의원으로서의 강점을 앞세웠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물가, 북핵을 ‘대한민국 3대 위협’으로 규정한 나 후보는 “이를 반드시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대통령과 각 세우는 대표, 대통령에 빚 갚아야 하는 대표, 갈등과 종속 모두 위험하다”라고도 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윤상현 후보는 “보수 혁명으로 당을 개혁하고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의 괴멸적 참패 이후 어떤 변화의 몸부림도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사실상 죽어있다”며 “이기는 정당은 이기는 선거를 해본 사람이 해낼 수 있다”고 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대표 후보 등이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네 후보는 비전 발표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웃으며 대화했지만, 장외 풍경은 달랐다. “배신의 정치”라며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틈을 벌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원 후보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갈등이 정권을 잃게 한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제가 한 후보가 위험한 길을 간다고 경고하는 이유”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채 상병 특검 주장을 철회할 순 없느냐”라며 “함께 가자. 그게 우리 모두 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후보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특검법을 막기 위한 어떤 대안을 가졌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그 답을 먼저 해달라”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선거 이후 저희가 힘 합쳐 거대 야당 폭주에 맞서야 한다. 제가 참겠다”고 했다.

나ㆍ윤 후보는 거칠어지는 두 후보 간 공방을 동시 비판했다. 나 후보는 “원ㆍ한 후보가 너무 갈등 구도로 간다. 바람직하지 않다”며 “갈등의 전당대회를 그만두고 미래 비전, 지금 당장 민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금 친한, 친윤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 친박, 비박 갈등보다 10~20배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정도”라며 “한ㆍ원 후보 둘 중 누가 돼도 당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당권 경쟁 과열 조짐에 당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비전 발표회에서 “후보자들 간의 실상을 드러내 당원과 국민의 올바른 판단에 기여하시되, 뜨거운 가슴으로 당을 사랑하고 동지들을 감싸 안아주시기 바란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서병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은 “(경쟁이) 너무 과열돼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이 연출될까 싶어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총선 백서 집필을 마무리한 당 총선백서특위(특위)는 발간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이다. 조정훈 특위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후보만 오케이하면 전당대회 전에 발간이 가능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책의 페이지를 여는 시점을 결정하는 건 네 분의 후보들”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