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준비에 탈모까지 왔다…아나운서 오승훈 ‘엉덩이 힘’

  • 카드 발행 일시2024.07.03

아나운서 재직 중 로스쿨에 진학했어요. 공부에 대해 믿는 이론이 있어요. 어떻게든 앉아 있으면 된다. 엉덩이의 힘과 계단식 이론이죠. 어느 시점까지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거 같지만, 한 번에 점프하는 순간은 반드시 와요. 가장 힘들었을 때가 로스쿨 2학년 때인데요. 복직했다가 2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성적표를 받았는데, 거의 꼴찌 수준이었어요. 

 상암동에서 만난 MBC 오승훈 아나운서. 사진 폴인

상암동에서 만난 MBC 오승훈 아나운서. 사진 폴인

오승훈 MBC 아나운서는 재직 중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다섯. 아이 돌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꼬박 공부에 매진했죠.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바로 현업에 복귀했어요. 변호사가 되려던 게 아니라 ‘아나운서 일을 더 잘하고 싶어’ 로스쿨에 진학했기 때문이죠. 이후 원하던 시사 프로그램(‘PD수첩’)의 진행을 맡고, 법학 지식이 필요한 관련 보도를 도맡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일에 진심인 이유가 뭘까요? 꼭 로스쿨까지 가야 했을까요? 의아해하는 질문에 오 아나운서는 답합니다. “공부야말로 내가 성장하는 방식”이라고요. KAIST 항공우주학 박사 과정 수료→ MBC 아나운서→ 로스쿨 진학→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그가 걸어온 길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차

🔹인생은 선택의 연속, 옳은 선택 잘하려면
🔹“한 번에 점프하는 순간은 반드시 와요”
🔹단단한 사람 되고파, 쓸모없는 공부는 없다

KAIST 박사 진학 전, 아나운서로 진로를 틀었어요. 계기가 뭔가요?

저도 신기한데요. 하고 싶다고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1년에 뽑는 아나운서 수가 너무 소수니까요. 특히 지상파 아나운서는 손에 꼽을 정도고요. 당시에는 이게 내 길이다 싶으니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돌이켜보면 무모했죠.

항공우주공학 석사 논문을 쓰던 중이었는데, 처음으로 진로를 고민했어요. 원래는 박사 과정에 진학할 예정이었거든요. 공부가 재밌고 만족스러웠으니까요. 그런데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시선집중’을 듣고 처음으로 다른 길이 보였어요.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어떤 변화가 옳은 걸까 생각했죠.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품고요.

그렇지만 결정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으니까요. 정말 원하는 게 맞을까? 사람 앞에 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아나운서일까 생각했죠. 그런데 고민할수록 분명해졌어요. 과학자로서 좋은 연구를 남기기보다,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고민하다 보니 아나운서라는 답이 보였어요. 전문연구원으로서의 이른바 병역특례를 포기한 결정이니, 25살인 당시 제겐 꽤 큰 모험이었죠.

선택할 때 마음을 따르는 편인가요? 로스쿨 진학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