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서 킬러로 돌변…두 얼굴의 골퍼, 이예원

  • 카드 발행 일시2024.07.03

“골프는 핑계일 뿐.”

걸그룹 트와이스는 골프 의류 브랜드 파리 게이츠의 광고 모델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골프 스코어 신경 쓰지 않고 예쁘게 입고 재미있게 놀겠다는 뉘앙스다. 올해 이 회사는 이예원과 박현경을 모델로 내세웠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서서 샴페인을 들고 우승 파티를 하는 내용이다.

두 선수가 올해 진짜 우승 파티를 하고 있다. 파리 게이츠를 광고하는 ‘파리 시스터즈’ 박현경과 이예원은 올해 KLPGA 투어의 투톱이다. 나란히 3승씩을 기록했고 상금과 대상 포인트 등 주요 기록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1일 팬 사인회장인 일산 킨텍스에서 만난 이예원은 “내가 광고 모델을 할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인기 많은 트와이스가 하던 광고를 우리한테 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고, 폭망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회사도 잘되고 우리도 잘돼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예원은 또 “힘들게 온종일 광고 찍은 게 5초밖에 안 나왔지만 예쁘게 나와서 만족한다”고 했다.

이예원(오른쪽)과 박현경이 함께 찍은 골프 의류 TV 광고. 사진 파리게이츠

이예원(오른쪽)과 박현경이 함께 찍은 골프 의류 TV 광고. 사진 파리게이츠

선재 업고 튀어

광고에서 나오는 모습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여주인공 김혜윤을 닮았다는 얘기를 전했더니 이예원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저 선재 업고 튀어 진짜 좋아해요. 선재 여주(여주인공) 닮았다는 말은 제가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기분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예원은 “드라마 거의 안 보는데 친구들 권유로 보기 시작해 빠져들었어요. 본방사수한 드라마인데 끝나니 너무 아쉬워요. 예전엔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부드러운 선재로 마음이 바뀌었어요”라며 또 웃었다.

코스 밖에서 이예원은 밝고 웃음이 많았다. 대회 중에는 그렇지 않다. 골프 할 때 이예원은 매우 진지하다. 이예원은 두 개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대회장 안에서의 이예원과 대회장 밖의 이예원.

이예원은 “내가 봐도 웃으면서 경기하는 게 보기 좋고 그렇게 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잘될 때 들뜨고, 잘 안될 때 실망하는 표정이 드러나는 건 싫다. 경기할 때 감정의 변화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의 롤모델은 킬러다. 이예원은 “어릴 때부터 박인비 프로님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멘털이 강한 것과 퍼트를 잘하는 것도 부러웠는데 샷 했을 때 표정 변화가 없는 게 제일 멋있었다”라면서 “박인비 선배 같은 차가운 별명(침묵의 암살자)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미국에서 silent assassin(조용한 자객), 신지애는 smiling assassin(미소 짓는 자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인비는 20m 버디 퍼트를 넣었을 때도 표정이 거의 없었고, 신지애는 버디를 하든 보기를 하든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예원은 골프를 할 때만큼은 시크한 박인비를 닮고 싶어 한다. 킬러가 되어 냉정하게 상대의 심장을 찌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