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안가고 연 20억 번다…‘빨간마스크’ 로변의 비밀

  • 카드 발행 일시2024.07.03
JTBC 드라마 로스쿨 중 캡처

JTBC 드라마 로스쿨 중 캡처

일반적으로 변호사 하면 원고든 피고(피고인)든 누군가를 위해 싸워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법정에서 법적 지식을 활용해 상대방을 논리로 통쾌하게 이기는 변호사의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엔 이런 법정 싸움엔 관심이 없는 사람도 제법 많다.

〈로변 오디세이〉에서 네 번째 이야기에서 만나볼 변호사들은 모두 변호사가 어릴 적 꿈이 아니었다고 한다. 애초부터 법정 대신 금융권, 그것도 금융 엘리트만 간다는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업계를 노렸다.

IB는 기업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재무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금융기관이다.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사모펀드(private equity) 운용 등이 주요 업무다.

법만큼이나 진입 장벽이 높은 금융권 최전선으로 변호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오히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라 가능한 것들도 있다는데. 이들의 활약상을 들여다보자. 억 소리 나는 연봉과 성과급 규모도 공개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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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베테랑도 쩔쩔맨 방정식, 로변이 풀었다

정성희 변호사가 지난 6월 5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

정성희 변호사가 지난 6월 5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세희 기자

2020년 11월 어느 날, 서울 중구 대신증권 빌딩의 21층 사무실이 분주해졌다. 기업 상장 심사를 주관하는 IPO팀이 근무하는 곳이다. 이들의 미션은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A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것.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올리자 ‘창업자인 경영자가 최대 주주가 아니어서 경영권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과거 자금이 부족해 사모펀드사의 투자를 받은 게 발단이 됐다. 상장 주관 경험이 십수 년 차인 현직 관계자들도 묘수를 내지 못했다. 당장 A사 소속 수백 명의 직원 생계가 달린 문제였다.

그때 입사 두 달 차 정성희(33·변호사시험 7회) 변호사가 소방수로 나섰다. 그의 무기는 자본시장법과 상법에 대한 전문지식. 법적 이슈가 많고 복잡할수록 변호사 출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더군다나 경영학도 출신인 그에게 A사의 상황은 복잡하지만 ‘풀고 싶고, 풀 수 있는’ 방정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