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계속 헛발질해주길"…후보 교체론에도 조용한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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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 TV토론 참패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교체론에 시달리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트럼프 측은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서 내려오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공화당원들은 종종 바이든의 연령과 통치 능력을 둘러싼 우려를 강조하려고 애썼다”며 “그러나 트럼프 측은 이제 바이든의 사임 아이디어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측근들은 바이든의 후보 사퇴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브라이언 휴즈 수석보좌관은 “바이든의 사퇴는 민주당에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J. D. 밴스 상원의원도 “(바이든 후보 사퇴는) 민주당 유권자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에서 바이든의 대선 후보 사퇴를 꺼리는 건 이것이 민주당뿐 아니라 트럼프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바이든의 사퇴가 그동안 트럼프가 펼쳐 온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웬디 쉴러 브라운대 정치학과 교수는 AFP에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적이 되길 절대적으로 원한다”며 “바이든 캠프가 항상 트럼프와 상대하기를 바랐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항상 바이든을 자신의 절대적인 적으로 상정하고 대선을 준비해 왔다는 얘기다. 만일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남은 선거운동 기간 이러한 전략을 밀어붙이기 어렵게 된다.

트럼프에게 조언해온 극우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의 부진한 토론 성적이 그를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며 “하지만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면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을 전제로 한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 백악관 인근 포트 맥네어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 백악관 인근 포트 맥네어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이 계속 실수하는 게 트럼프에게 이득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 론 본진은 “트럼프 캠프가 왜 스스로 구멍을 파고 있는 민주당의 삽을 빼앗겠는가”라며 “바이든의 정신적 문제가 주목 받는 날들은 트럼프에겐 늘 승리한 기분일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이 사퇴하면 ‘고령 후보 논란’ 등 민주당에 불리했던 요인들이 제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하차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는 지난달 2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민주당)은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다. 더 젊고, 활기차고, 검증 받은 사람을 데려올 것”이라며 “공화당은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는 것이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배넌도 “트럼프의 TV토론은 ‘피로스의 승리’(손실이 커 실익이 없는 승리)다. 크게 이길 수 있는 사람(바이든)을 제거하고 ‘와일드카드(예측불허의 인물)’를 (상대로) 맞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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