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개콘’ 어때요?…금쪽같은 개그 에이스 신윤승·홍현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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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개그맨 신윤승(오른쪽)과 홍현호.  강정현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개그맨 신윤승(오른쪽)과 홍현호. 강정현 기자

지난해 11월 시즌2로 돌아온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52만명을 돌파했다. 시청률은 2~3%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선 매주 톱10에 랭크한다.

‘개콘’은 매주 일요일 밤 본 방송이 끝난 뒤 코너 별로 유튜브에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무(無)편집'이 주는 새로운 재미로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본방에 목매지 않는 요즘 콘텐트 소비 방식에 발맞춘 변화다. '개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8억 뷰를 돌파했고, 영상 한 개당 평균 조회수는 30~40만 뷰를 자랑한다.

개그맨 신윤승(39)과 홍현호(32)는 부활한 ‘개콘’의 에이스로 꼽힌다. 최근 녹화 날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만난 둘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온 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신윤승이 연기한 이상해(오른쪽)는 상표를 말할 수 없는 KBS 방송 심의를 건드리는 멘트로 웃음을 유발한다. 사진 KBS

신윤승이 연기한 이상해(오른쪽)는 상표를 말할 수 없는 KBS 방송 심의를 건드리는 멘트로 웃음을 유발한다. 사진 KBS

신윤승은 코너 ‘데프콘 어때요’의 소개팅 남으로 출연해, 적극적 구애녀 조수연의 유혹을 막아내는 ‘철벽’ 멘트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조수연이 “제가 찍은 남자들은 다 넘어왔어요”라고 말하면, “폭력을 쓰셨나요?”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최근엔 동료 개그맨 박민성과 함께 말재간으로 웃기는 새 코너 ‘만남 듀오 희극인즈’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그는 “조수연, 박민성과 소극장이나 유튜브 등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봤기에 웃음 코드를 안다. 순간적인 애드리브와 주고받는 타이밍에서 관객들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홍현호는 코너 ‘금쪽 유치원’의 홍기쁨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자신이 직접 구입한 병아리 내복, 우스꽝스러운 가발 등 웃음 포인트를 철저히 계산해 만든 캐릭터다. 그는 “저출산 시대에 귀한 어린이 캐릭터를 앞세워 영악함과 반전 멘트로 관객을 웃기고 있다. 귀여운 이미지로 접근했더니 어린이들도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제서야 알아보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이들은 10년이 넘는 개그 경력에도 '여전한 신인'이라고 소개했다. "데뷔 년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얼마나 알려졌느냐가 기준"이라면서다. 신윤승은 "무대 경력이 13년이나 되지만 여전히 신선하다는 게 내 강점"이라고 말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금쪽 유치원'에서 홍기쁨을 연기하고 있는 개그맨 홍현호(가운데). 사진 뉴스1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금쪽 유치원'에서 홍기쁨을 연기하고 있는 개그맨 홍현호(가운데). 사진 뉴스1

유튜버 찍고 다시 무대로

두 사람은 ‘개콘’ 공백기에 유튜브로 넘어가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윤승은 유튜브 채널 ‘희극인’(구독자 63만명)을 개설했고, ‘피식대학’의 패션왕 희황 캐릭터로도 사랑받았다. 홍현호는 ‘6번 출구’ ‘킥서비스’ 등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스케치 코미디(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코미디)를 선보였고, 친구들과 ‘양대산맥’(구독자 11만명) 채널도 운영했다.

신윤승은 “유튜브를 하면서도 가슴 한 켠엔 공개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내 꿈은 유튜버가 아니라, 대중을 웃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면서 “나만의 개그로 승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개콘’ 무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에서의 경험이 지금 활동의 밑거름이 됐다. ‘데프콘 어때요’도 유튜브에서 먼저 선보인 아이템을 발전시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그맨 신윤승은 "유튜브를 하면서도 늘 공개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개그맨 신윤승은 "유튜브를 하면서도 늘 공개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홍현호는 ‘개콘’의 부활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했다. 그는 “대본이 없는 유튜브 촬영 때마다 울렁증에 시달렸다”면서 “임기응변 능력이 있는 윤승 선배와 달리, 나는 대본이 없으면 힘들다. 대본 그대로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는 공개코미디가 내 맞춤 옷”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엄격한 심의가 개그 소재를 제한하진 않는가’란 질문엔 두 사람 모두 “코미디에 성역이 없다고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다”면서 "미방송분이 유튜브에 공개되기 때문에 심의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답했다.

1999년부터 방영한 '개그콘서트'는 국내 대표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최근엔 미방송분을 모아 유튜브로도 공개한다. 사진 유튜브 채널 '개그콘서트'

1999년부터 방영한 '개그콘서트'는 국내 대표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최근엔 미방송분을 모아 유튜브로도 공개한다. 사진 유튜브 채널 '개그콘서트'

“센 캐릭터의 인물도 귀엽게 호감이 가도록 연기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주시더군요. ‘개콘’도 영화, 드라마 등 다른 콘텐트처럼 같은 ‘15세 이상 관람가’ 수위로 봐주셨으면 해요.”(신윤승)
“대중이 과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선을 지키는 편이에요. 어떤 분들은 성대모사 자체가 비하라고 하는데, 그런 곡해는 마음 아파요. 상대를 존중하기에 할 수 있는 코미디거든요.”(홍현호)

‘반짝’ 보다는 롱런

‘개콘’의 인기 덕분에 신윤승은 ‘TV쇼 진품명품’, ‘더시즌즈’, ‘1박2일’, ‘아침마당’ 등 KBS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있다. 최근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해 넓은 집으로 이사한 근황도 공개했다. 지난 4월엔 첫 팬 콘서트를 열고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긴 무명의 터널을 통과한 소감을 묻자 신윤승은 "코미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텼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 무명 시절, '넌 분명히 쓰임새가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준 윤형빈 선배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현호는 자신의 팬이었던 연인과 1년 가량 교제 후, 지난달 결혼에 골인했다. 바쁜 스케줄에 신혼여행은 잠시 미뤘지만 찾아주는 곳이 있어 행복하단다. 요즘 사랑받고 있음을 실감한다는 그는 지난 10년을 버티게 해준 선배로 송필근, 정범균을 꼽았다. "내 분량 하나 더 챙겨주려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면서다.

개그맨 홍현호는 "사람들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개그맨 홍현호는 "사람들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두 사람이 공통으로 바라는 건 ‘개콘’의 롱런이다. 신윤승은 “(SNL처럼) 화제의 인물을 패러디하면 반짝 인기는 끌 수 있겠지만 그 다음이 없다. 공개 코미디의 장점을 살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현호는 “사람들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로 승부를 보고 싶다. ‘순풍 산부인과’, ‘안녕, 프란체스카’ 등 인기 있었던 예전 시트콤을 보면서 연구 중이다. 잘 만든 캐릭터로 ‘개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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