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메시지 없이 "인민생활" 강조…北 전원회의, 경제·사회 단속에 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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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6월 28일부터 7월1일까지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6월 28일부터 7월1일까지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10차 전원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민생 문제와 체제 단속에 방점을 뒀다. 대남·대미 비난 등 대외 관계와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고, 북·러 간 새 조약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달 중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새 헌법 개정안 등이 공개될 예정인 만큼 ‘본게임’을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당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 간 진행된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공개된 5가지 의정은 ▶2024년도 주요 당·국가 정책들의 집행 정형 중간 총회 ▶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 개선 ▶중요부문의 사업 규율 강화 ▶사법제도의 공고한 발전 ▶조직 문제 등으로 대부분 북한 체제 내부와 관련한 문제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전원회의는 올해 경제 분야 중간 점검에 방점이 있으며, 사회 전반적인 규율 및 법제도 강화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라면서 “군사 분야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의도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기 언급 없이 “군사 정치 활동 방향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7월1일까지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확연한 상승세″라며 경제 정책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 2024년도 주요 당ㆍ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 중간 총화(결산)와 대책 ▲ 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 개선 ▲ 중요부문 사업규율 강화 ▲ 사법제도 공고발전 문제 ▲ 조직 문제 등 총 5개 안건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7월1일까지 나흘간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상황이 확연한 상승세″라며 경제 정책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 2024년도 주요 당ㆍ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 중간 총화(결산)와 대책 ▲ 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 개선 ▲ 중요부문 사업규율 강화 ▲ 사법제도 공고발전 문제 ▲ 조직 문제 등 총 5개 안건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선 관심을 모았던 신(新)무기 개발이나 헌법 개정, 북·러 조약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빠지거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전원회의를 전후해 극초음속중거리미사일(IRBM) 추정 미사일(지난달 26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계열 미사일(이달 1일)을 연달아 쏘는 등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최고 지도부가 총집결한 전원회의 보도에선 이와 관련한 내용이 거의 다뤄지지지 않았다.

군사 부문과 관련해선 “김정은 동지께서 결론에서 인민 군대와 전체 공화국 무장력의 군사 정치 활동 방향에 대해 밝혔다”고 한 줄 언급된 게 전부였다. 평소 과시해 온 핵 무력 관련 언급도 일절 없었다.

또 김정은이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 시정연설 등을 통해 밝혔던 “적대적인 국가” 개념과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을 반영한 헌법 개정과 관련한 문제도 간략히만 거론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해 국가의 존위를 높일 것”이라는 일정만 공개하는 식이었다.

지난달 19일 북·러가 맺은 군사 원조 조약인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에 대한 언급은 아예 빠졌다. 김정은으로서는 외교적 성과로 포장할 만 하지만, 이번에는 부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약 4조에 명시한 무력침공시 군사 원조나 개입을 위한 조건을 헌법에도 반영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이미 북·러 조약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얻은 만큼 중요한 내용들은 상세히 언급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도에선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높이는 발언도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우선은 러시아와의 관계 내실화에 집중하며 향후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는 숨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의 토론, 최선희 외상 등 분야협의회 토론 등을 볼때 대남, 대미 등 대외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나 발표에서는 제외됐다"면서 "북·러 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의 과도한 이목을 의식해 대외정책이나 대남관계에 대한 언급 없이 전체적으로 경제 및 사회규율 중심의 논의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민 생활” 방점

김정은은 대신 “전국 인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지방 발전 계획”을 주로 강조했다. 기간공업·전력공업·기계공업·철도·건설 등의 성과를 짚으면서 “국가 경제 정책 집행에서 나타난 일련의 결점과 폐단들이 자료로 통보됐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아직은 우리의 전진을 저애(방해)하는 주·객관적 요인이 현존한다”고 진단하면서 “국가 사업과 사회 생활 전반에 적지 않은 장애와 난점들”이 있고, “인민 경제 각 부문에서 나타나는 편향과 결함들”도 있다고 했다. “시정 극복을 요하는 심각한 결점들”도 있다면서다. 김정은이 정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북한의 경제적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읽힌다.

다만 그러면서도 전과 같은 신랄한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는데, 민심을 세심하게 챙기는 정상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앞서 2021년 제8기 2차 전원회의에선 살림집 건설 등 경제 성과가 낮은 것을 두고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쳐갈겨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법적 통제” 부각, 체제 결속 강조

이번 회의에선 북한 내부 체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김정은이 “(상반기까지)당 결정 집행과 사회적 안정을 담보하기 위한 법 기관들의 역할이 현저히 제고 됐다”고 평가한 뒤 “법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 사회 생활의 모든 분야에 규율을 확립하고, 인민 생활을 위한 중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감시와 통제를 잘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이는 2030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상 이완을 방지하기 위한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의 엄격한 시행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원회의에선 주요 당·정부 직책자들도 발표됐는데, 여성 간부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당 중앙위 근로단체부장이던 이두성을 해임하고, 같은 자리에 조선사회주의 여성동맹(여맹) 위원장 김정순을 새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여성이 북한 당 근로단체부장에 임명된 건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 부장에 여성이 임명된 사례는 과거 박명순 경공업부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경공업부장 정도였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여성,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김정은의 딸 주애가 공개 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새 여맹 위원장 자리에는 전향순이 임명됐는데, 정명수 내각 부총리, 이명국 재정상 등과 함께 소개됐다.

이외에 내각 자원개발상 김충성, 문화성상 승정규, 김정순이 노동당 중앙위 위원으로 보선됐고, 내각 정치국장 이영식이 당중앙위 위원으로 직접 보선됐다. 이외에 오명철, 김성철, 주현웅, 김철, 최영일, 이용협, 이성봉 등은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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