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올게" 이게 마지막…승진 날 초상집 만든 '역주행 악몽'

2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전날 발생한 시청역 앞 차량 돌진 참사 사망자들의 유가족 대기실이 마련됐다. 김서원 기자

지난 1일 밤 발생한 서울 시청역 앞 차량 돌진 참사로 사망한 9명 중 4명은 같은 시중은행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 직원 사망자는 이모(54)·이모(52)·이모(52)·박모(42)씨로,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 있는 은행 본점에서 퇴근 뒤 귀갓길에서 함께 변을 당했다. 이 중 3명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됐고, 1명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모두 사고지점 인근 횡단보도 등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고 당일은 해당 은행의 승진·전보 인사 발령이 났던 날이다. 사망자 중 박씨는 승진 대상자였고,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동료 사이였다. 이들은 함께 ‘자산관리 하는 법’ 등에 관한 사내 유튜브 콘텐트에 출연하며,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은 인사 발령이 있었던 터라, 이동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 회식 자리를 가졌다가 인도로 돌진하는 차량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목요일(4일)자 인사를 앞두고 친한 사이끼리 사흘간(1~3일)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아놓은 직원들이 많았다”며 “매일 다니는 회사 앞 거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참담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같이 저녁 자리를 했던 직장 동료들은 2일 오전 1시쯤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같이 시간을 보낸 동료들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소식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은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 “안 돼”라고 외치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후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은 장례식장에서 밤새도록 고인과 유가족 곁을 지켰다.

김영옥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된 이모(54)씨는 부장급으로, 이번 인사이동으로 팀장을 맡게 됐다. 이씨의 어머니는 “아침에 (아들이) ‘잘 다녀올게’라고 해서 ‘그래 잘 갔다 와, 조심해라’고 한 게 마지막 모습”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낮에는 전화로 머리가 아프다면서 인사이동 있으니까 술 조금만 먹겠다고 했는데 창창한 아들을 왜 데려가나”라며 이씨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오전 1시 50분쯤 장례식장을 찾은 이모(52)씨의 딸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입구 앞에 주저앉았다. 20대 딸은 “아빠가 아니라고 해, 아닐 수도 있잖아”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함께 택시를 타고 온 이씨의 부인도 딸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호흡이 가쁠 정도였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 등이 부축해 병원 안으로 안내했다. 오전 11시 15분쯤엔 이씨의 친척도 장례식장을 찾아 “착하고 성실했던 조카”라며 애도했다.

해당 은행 측은 “소속 직원 4분 모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장례 절차 및 형식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분들에게 최대한 위로가 되는 방향으로, 회사장이든 가족장이든 최대한 도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보람·이영근·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