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 됐다"...PK 놓치고 승부차기 득점한 호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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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 골을 성공한 호날두. EPA=연합뉴스

승부차기 골을 성공한 호날두. EPA=연합뉴스

 "슬픔이 결국 기쁨이 됐다. 이것이 바로 축구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캡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가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16강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극적인 상황을 겪은 뒤 이렇게 말했다. 포르투갈은 2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3-0으로 이겼다.

호날두는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막판 페널티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서서 실축하며 고개를 숙였다. 골로 연결됐다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지 않아도 됐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린 호날두는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책했다. 연장 전반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동료들의 위로 속에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이번 대회는 호날두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1985년생으로 만 39세인 그가 출전하는 사실상 마지막 유로 대회라서다. 이번이 호날두의 6번째 유로 무대다. 포르투갈은 슬로베니아와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120분 혈투에서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포르투갈 골키퍼 디오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슬로베니아 1번 키커 요시프 일리시치(마리보르)가 때린 왼발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향하자 재빨리 몸을 던져 손으로 쳐냈다. 포르투갈의 첫 번째 키커로는 호날두가 나섰다. 앞서 실축을 딛고 이번에는 골대 왼쪽 구석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성공했다.

이후 포르투갈 골키퍼 코스타는 슬로베니아 2, 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포르투갈은 2~3번 키커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했다. 포르투갈의 8강 진출이 확정되자 호날두는 골키퍼 코스타를 얼싸안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조별리그 3경기+16강전) 동안 아직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졌다. 대회 4경기 동안 366분을 소화하면서 20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무득점이다.

호날두는 슬로베니아전을 마치고 외신과 인터뷰에서 "슬픔이 결국 기쁨이 됐다. 이것이 바로 축구다.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팀에 리드를 안겨줄 수 있었던 페널티킥이 오블라크의 선방에 막혔다. 그동안 페널티킥을 실축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필요할 때 막혔다"며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호날두는 오는 6일 '우승 후보' 프랑스와 8강전을 통해 이번 대회 마수걸이 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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