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주차장 판다" 조폭까지 동원…국고 5억 챙긴 前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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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장애인 관련 이권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불법으로 매수해 수억원대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전직 대학교수가 붙잡혔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 전직 교수는 범행에 가족과 조직폭력배 출신 등 지인을 끌어들였고, 장애인단체 명의를 내세워 관련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대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복지학 전공 교수, 장애인 단체 매수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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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반부패ㆍ경제범죄수사대는 장애인단체에 준 사업권을 장애인 협회로부터 불법으로 사들여 운영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직 대학교수인 A씨(50대)를 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장애인협회로부터 사업권을 매수한 A씨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책임자로 등록하고, 장애인 활동보조 등 사업을 통해 5억8000만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를 받는다. A씨에게 수천만원을 받고 사업권을 넘긴 장애인협회 관계자도 입건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전직 교수ㆍ조폭 손 잡고 사기 행각도  

경찰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장애인단체 사업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에 밝은 A씨가 전체 사건을 기획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가족과 지인 등을 단체 직원으로 앉혀 인건비를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A씨가 조직폭력배 출신인 B씨(40대)를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현금이 많은 주변인을 물색한 뒤 “입지가 좋은 공영주차장 운영권을 줄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등 명목으로 3억4000만원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비장애인은 장애인단체 임원이 되거나 장애인 활동 지원 등 관련 이권 사업을 할 수 없지만, 이들은 일정한 금액을 내면 이런 권한을 내줄 것처럼 속였다고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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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이와 별개로 “장애인단체만 할 수 있는 주차장ㆍ자판기 등 사업권을 주겠다”며 주변인 10여명에게 접근해 이들에게 19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A씨가 책임자로 돼 있는 장애인단체 명의를 이용해 개인 계좌를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계좌 명의를 보고 장애인단체의 법인 계좌라고 믿어 의심 없이 돈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유명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인물로, 지금도 경찰 주시를 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단체를 이용ㆍ사칭해 국고보조금을 타내는 악성 사기 범죄를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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