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운전자 부인 "경황 없어 사망 소식 몰라…유족에 죄송"

2일 오전 지난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 돌진사고를 낸 운전자 A씨(68)의 부인이 유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A씨 부부가 사고 당시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해명성 발언이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가해 차량 운전자 부인 B씨는 2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50년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현직 버스 기사였던 남편이 그동안 접촉사고 한 번 안 냈는데, 이런 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들 부부는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B씨 친오빠의 칠순 잔치에 참석한 뒤 귀가 중이었다고 한다. B씨는“술자리는 절대 아니었고 밥만 먹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사고 당시 찍힌 사진이나 목격담 등을 근거로 사고를 일으킨 A씨 부부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경황이 없었다”라며 “(남편) 옆에 탔는데 무서워서 어떤 상황인지도 제대로 몰랐고, 사람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족들께 너무 죄송하다. 돌아가신 분에게는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라며 “고개를 숙여서라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현장엔 사고로 숨진 이들을 애도하는 국화가 놓였다. 한 조문객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들의 꿈이 저승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는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영옥 기자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A씨 부부가 탔던 차량이 웨스틴 조선 호텔을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인 세종대로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해 인도를 덮쳤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A씨를 2일 입건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A씨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해 A씨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