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요동치는 미 대선, 채널 총가동해 시나리오별 대비 만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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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CNN 본사에서 진행한 미국 대선 1차 TV토론 화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도중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다. 절반씩 분할해 송출된 화면을 보면 마치 트럼프의 호통을 들으며 바이든이 무기력하게 고개 숙인 듯한 장면이 수차례 노출됐다. [CNN 방송 화면 캡쳐]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CNN 본사에서 진행한 미국 대선 1차 TV토론 화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도중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다. 절반씩 분할해 송출된 화면을 보면 마치 트럼프의 호통을 들으며 바이든이 무기력하게 고개 숙인 듯한 장면이 수차례 노출됐다. [CNN 방송 화면 캡쳐]

트럼프 당선 막자며 미국 내 ‘바이든 용퇴론’ 분출

다양한 소통로 위한 ‘정부·기업’ 원팀 등도 검토해야

4개월 앞의 미국 대선(11월 5일)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1차 TV 토론을 분기점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81세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문제가 부각됐다. 이 때문에 불출마 여론이 민주당 내부는 물론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비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를 벌려 이대로 가면 '트럼프 2기'가 현실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변칙 복서 스타일의 트럼프 컴백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차 TV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가 완승하자 민주당 내부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바이든이 용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잘할 자신이 있다"며 교체론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가족 모임에선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 등 가족들이 대선 완주를 주장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퇴론에 맞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바이든의 사퇴에 반대하는 유력 인사도 많아 민주당은 적전 분열 양상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일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확정할 예정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그 전에 자진해 사퇴하는 것 외엔 현상을 타개할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설령 극적으로 후보가 교체되더라도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가 낮은 것도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결국 미국 유권자의 최종 선택에 달렸지만, 바이든의 중도 낙마든 트럼프 재선이든 윤석열 정부엔 엄청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와 무역·통상 등 대외 정책이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만약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논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관세 폭탄 등이 우려된다. 주한미군의 현상에 변동이 생긴다면 독자 핵무장론이 비등해질 수도 있다.

한반도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미국 대선 동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외교부에 '트럼프 리스크 대응 TF'를 가동하고 있다지만 외교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의 역량만으로는 벅찰 수밖에 없다.

차제에 국가안보실이 외교부·국가정보원·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와 기업을 아우르는 '원팀'을 만들어 대비·대응하는 조용한 총력전도 검토해 봐야 한다. 대규모 투자로 미국 내 정치에 영향력이 커진 삼성·현대차·SK·LG 등 한국 대표 기업의 현지 인맥을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해 주길 바란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친한국' 목소리도 지원·육성해 가야 한다. 일본과 유럽처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미 대선 동향을 파악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돌발 변수에 따른 피해는 최소화하고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그 목표여야 한다.